5. <케데헌> 속 사자(lion)와 저승사자(使者)

케데헌 속 신화, 춤추는 한국문화 5

<챗지피티로 만든 라이온 킹 사자와 저승 사자>


사자(獅子)는 ‘동물의 왕’이라 불리며 오랜 세월 인간의 상상 속에 자리해 왔다. 그러나 사자는 단순한 맹수의 이미지로만 머물지 않았다. 서양에서 사자는 기독교와 왕권을 대표하는 상징이었다. 성경에서 사자는 정의와 힘을 의미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은유로도 등장한다. 베네치아의 황금사자상은 영화의 권위를 드러내고 있으며, C. S. 루이스 <나니아 연대기>의 아슬란은 구세주의 형상으로 아이들을 이끌었다. 반면, 동양에서 사자는 불법을 지키는 수호자의 상징이었다. 부처의 설법을 ‘사자후’라 부르며 깨달음의 기세를 담았고, 사찰의 입구에 놓인 돌사자는 잡귀를 물리치고 공동체를 보호했다. 사자는 이렇게 동서양을 넘나들면서, 늘 인간을 붙들어주는 힘으로 존재해 왔다.

오래전 우리 아이들이 무척 즐겨봤던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사자도 빼놓을 수 없다. 아버지 무파사의 죽음과 아들 심바의 성장 이야기와 삼촌 스카에 대한 복수 이야기를 담지만, 그 원형은 고대 이집트 신화에 닿아 있다. 형 오시리스가 동생 세트에게 죽임을 당하고, 오시리스의 아들 호루스가 삼촌 세트에게 복수를 해서 그 자리를 잇는 대서사는 권력과 부활, 정의의 싸움을 드러낸다. <라이온 킹>의 사자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왕위 계승과 생명 순환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사자는 서사와 신화를 건너며 언제나 권위와 삶, 죽음을 동시에 이야기해 왔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사자는 어떤가. 사자는 오래전부터 우리의 삶 속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함경도의 북청사자놀음은 사자가 마을을 돌아다니며 역병과 재앙을 몰아내는 의식이었다. 장난스럽고 해학적인 춤사위 속에서도 사자는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수호신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조선 궁궐 앞에 서 있는 상상의 사자인 해태 역시 불법과 정의를 지키는 존재였다. 불의를 물어뜯고 화재를 막아주는 상상의 동물 해태는 한국적 수호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사자는 한국에서도 늘 ‘두려움을 막는 해학과 웃음의 존재’였다.

그런데, 발음은 같지만 다른 사자(使者)가 있다. 우리는 발음은 같지만 전혀 다른 것을 동음이의어라고 한다. 한국 신화 속에 등장하는 사자다. 바로 <차사본풀이>에 등장하는 저승사자다. 이 신화에서 강림의 몸은 지상에 남겨지고 영혼만 데려가진다. 그리고 강림차사는 삶과 죽음을 잇는 문지기가 된다. 강림도령의 신화를 보면 육신과 혼이 분리되는 순간, 강림은 죽음을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로 받아들인다. 신화를 보고 있노라면 죽임 이후 강림은 재취업을 한 것처럼 보인다. 퇴직도 없이 계속 일을 할 것만 같다. 죽음 이후에 영혼이 사는 곳이 있다는 한국적인 저승관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어찌 보면 한국신화 속 저승사자는 질서와 균형을 세우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K-팝 데몬헌터스〉 속 사자보이스는 동물 사자의 문향을 배경으로 깔고 등장한다. 하지만 검은 도포를 입고 검은 갓을 쓰고 저승사자의 내용도 함께 보인다. 서양과 동양이 상상할 수 있는 사자의 의미를 모두 가지고 의미 심장한 기도문 같은 노래를 읊조린다.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는 성경 속 기도처럼 들리고, 불교의 사자후처럼 강렬하며, 차사본풀이 속 저승사자처럼 영혼을 흔든다. 사자보이스는 기독교의 권위, 불교의 수호, 민간신앙의 문지기 이미지를 동시에 국가를 초월해서 기억을 소환시킨다. 그래서 그들의 모습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동서양을 넘어선 세계적 보편성을 띠는 것은 아닐까. 사자는 결국 인간이 두려움과 죽음 앞에서 붙들어온 상징이었고, 사자보이스는 그 오래된 목소리를 다시 불러내어 오늘의 관객에게 건넨다.

사자보이스의 〈Your Idol〉 속 가사는 이렇게 속삭인다.

“I’m all you need, I’m a be your idol”(네가 필요한 건 나야, 나는 너의 아이돌이 될 거야). 기도처럼 시작해 욕망의 고백으로 끝나는 이 한 구절은, 왕의 사자·불법의 사자·저승사자의 얼굴과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절대적 힘과 보호, 그리고 죽음 너머의 안내자까지 모두가 이 노래에 스며든 듯하다.

또 다른 구절은 이렇게 말한다.

“You know I’m the only one who’ll love your sins”(네 죄마저 사랑할 유일한 존재가 바로 나야). 이 구절은 마치 구원의 약속 같으면서도, 동시에 저승사자가 영혼을 데려가며 건네는 차가운 선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랑과 심판, 위로와 두려움이 교차하는 순간, 사자보이스는 신화와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사자보이스의 〈Your Idol〉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어려운 질문을 다시 던지는 듯하다.

“우리는 삶과 죽음, 믿음과 욕망의 경계에서, 무엇을 붙들어야 할까?”

keyword
이전 04화4.<케데헌> 속 골든(GOLDEN)과 무속신화 본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