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속 용을 살려내면서

― 이미지로 시작된 작은 실험

유튜브 신화노트에 생성된 문무대왕 용


요즘 나는 유튜브에 용을 만들어 올리고 있다. 연구실에서 오래 붙잡고 있던 용이 아니라, 화면 속에서 숨 쉬는 용이다. 텍스트로만 존재하던 신화 속 용을 이미지로 불러내 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용을 하나 만들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이 용은 지금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한국과 베트남의 용 신화를 비교해 온 시간은 꽤 길다. 『삼국유사』와 『영남척괴열전』 속 용은 모두 물과 연결되고, 나라의 기원과 민족의 정체성을 품고 있다. 하지만 같은 ‘용’이라는 이름 아래 놓인 이 존재들은 결코 동일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요즘, 같은 용이라도 나라별로 반응이 얼마나 다를지를 상상하게 된다.


유튜브 신화노트에서 생성한 알영을 낳은 계룡


처음 만든 용은 알영을 낳은 계룡이었다. 우물 속에 깃든 이 용은 위엄보다는 생명의 기운을 품은 존재다. 신라 초기 용이 왕권 이전에 민간신앙과 맞닿아 있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이 계룡을 이미지로 만들면서 나는 ‘강한 용’이 아니라 ‘낳는 용’을 그리고 싶었다. 댓글과 반응을 보며, 이 용이 한국에서는 익숙한 신화적 분위기로 받아들여지는 반면, 다른 문화권에서는 낯설고 신비로운 존재로 인식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두 번째로 만든 용은 동해 바다를 지키는 문무왕이다. 죽어서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는 선택은 한국 용 신화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이 용은 개인의 영웅성이 아니라, 국가와 공동체를 향한 헌신을 상징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이미지가 국내에서는 ‘호국’과 ‘역사’의 맥락으로 읽히는 반면, 해외에서는 단순히 바다의 수호신, 혹은 장엄한 판타지 존재로 소비될 가능성도 크다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새로운 호기심을 갖게 된다. 같은 용 이미지라도, 한국·베트남·일본·미국 등 각 나라에서 어떤 반응이 나타날까. 어떤 곳에서는 댓글이 신화와 역사로 이어지고, 어떤 곳에서는 디자인과 비주얼에만 반응할지도 모른다. 조회수, 댓글 언어, 감정 표현, 공유 방식 같은 데이터를 차곡차곡 모은다면, 이것 자체가 꽤 흥미로운 문화 연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용은 단지 신화 속 존재가 아니라, 각 사회의 감수성을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용을 다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몇 개의 용이라도 제대로 만들어 보고 싶다. 계룡, 문무왕, 베트남의 용군, 하롱베이의 용처럼 서로 다른 서사를 가진 용들을 하나씩 시각화해 유튜브에 올리는 일은, 나에게 또 하나의 연구 노트가 되고 있다. 논문보다 느리지만, 훨씬 살아 있는 기록이다.
다음 학기 수업에서는 이 용들을 학생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싶다. 글로 읽던 신화가 이미지로 나타나는 순간, 학생들의 질문은 달라질 것이다. “왜 이 용은 이렇게 생겼나요?” “나라가 달라지면 용의 역할도 달라지나요?” 그 질문들 속에서 신화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텍스트에서 이미지로, 연구에서 데이터로, 그리고 강의실에서 새로운 상상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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