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지는건 한 순간
스페인에서 방도 구하고 서류 처리도 잘 마무리하면서
스페인 생활에 난 정말 잘 적응하고 있었다.
바르셀로나에 저녁은 덥지도 춥지도 않아서 밤거리를 걷거나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이나 술을 마시는 게 정말 좋다.
그날도, 친구와 가볍게 한 잔 하고
바르셀로나의 해변을 따라 걷다가
바다 항구 불빛이 너무 이뻐서 잠시 앉아 얘기를 했다.
20분쯤 지나고 나서 고개를 돌려보니 내 가방이 없다..? 에?
무슨 상황이지? 상황파악이 안 된다.
계속 주변을 둘러보아도 내 가방은 보이지 않는다.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만 나온다.
친구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지만,
늦은 저녁에라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다.
친구가 근처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봤다.
"혹시 여자 까만 가방 못 봤어요?"
그리고 남자가 대답했다, "아 아까 어떤 사람이 여자가방을 메고 가더라고요"
그러니까,
봤는데 그냥 그러려니 했다는 건가?
내 가방엔 모든 게 다 들어가 있었다. 핸드폰, 집 열쇠, 지갑...
그때 시간은 자정이 되어가고 있어서
열쇠 없이 집에도 못 들어간다.. 하아
결국 어쩔 수 없이 친구네에서 하루 신세를 지게 되었다.
친구네서 잠을 자는 내내 너무 황당해서 잠도 이룰 수 없었다.
내가 가방을 옆에 두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 무릎 위에 놓아놨어야 했는데,
그때 거기 앉아서 얘기하지 말걸,
계속 후회가 내 머릿속에서 맴돌다 아침이 밝았다.
대충 씻고 집 공동 현관문 앞에 가서 섰다.
집주인이 집에 있겠지만, 초인종이 고장 나서 무작정 누가 들어가던지 나오던지 기다렸다.
마침내 한 이웃이 문을 열고 나왔고
나는 바로 집 현관으로 가서 초인종을 눌렀다.
집주인이 문을 열어줬다.
난 울적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말했다.
"열쇠를 잃어버렸어요.. 어젯밤에 소매치기를 당해서 가방에 있는 물건들을 한꺼번에 잃어버렸어요"
집주인은 오히려 나에게,
"여기서 그런 일은 자주 일어나, 여기 열쇠 하나 더 줄게 괜찮아"
정말 아무렇지 않다고 되려 나를 안도하게 해 주었다.
열쇠를 받고 고맙다고 인사한 후,
방에 들어가서 불을 켰는데 파팟! 하는 소리와 함께 전구가 깨졌다.
전구까지 깨진다고?
얼른 책상에 있는 노트북을 켜고 연결되어 있던 카톡으로 가족들에게 연락을 했다.
제일 먼저 내 상황을 알렸고, 카드 정지도 부탁했다.
엄마는 "아니 정신을 어디다가 팔고 다니는 거야? 정말?"
할 말이 없다.
하필 그 가방은 내가 아끼던, 내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 엄마가 사준 첫 핸드백이었다.
나는, "그러게..." 또 자책을 한다.
그래도 다행히? 이런 상황을 대비해 스페인 오기 전,
카드 1장과 핸드폰 1개를 더 챙겨서 가져왔었다.
다음날,
가족과 잠깐 통화하면서 외할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생긴다는데 정말 그런 건가?
가족과 함께 있지 못한다는 것에,
엄마를 위로해 줄 수 없다는 것에,
또 한 번 너무 우울해졌다.
폭풍 같던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아침
스페인어를 배우러 어김없이 학원으로 갔다.
선생님은 학생들 한 명 한 명에게 물었다.
"이번 주말 어떻게 보냈어요?"
내 차례가 되었고, 난 말해다. "소매치기를 당해서 주말에 정말 힘들었어요.."
선생님은 내 얘기를 듣자마자 바로, "그건 너 잘못이 아니야"
그리고 나는, "그렇지만, 제가 제 물건을 잘 챙기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에요." 답했다.
선생님은 또,
"아니야, 그건 너 잘 못이 아니야. 게네들은 소매치기가 직업이기 때문에, 현지인들도 당해."
내 잘못이 아니라니.. 그렇게 말해줘서 위로가 되었고,
그들의 프로패션얼 전문 직업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날 이후로부터는 절대로, 아무리 술에 취해도
내 물건을 땅이나 내 옆에 두지 않고 항상 내 무릎 위 또는 어깨에 메고 다니는 버릇이 생겼다.
까탈루니아 광장 경찰서에 직접 신고를 하러 갔고,
그곳에서 정말 많은 외국인들도 만났다.
그들은 옷 가게, 슈퍼마켓, 길거리, 상점 등등에서 나와 같이 소매치기를 당했다.
경찰서에 신고는 했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들이 하는 건 그냥 서류정리, 서류 쓰기
끝
시간이 지나고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소매치기를 당하고 1년 후 내 아이폰 찾기 앱으로 모로코로 팔려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3년 정도는 꿈에서 계속 소매치기를 찾았다 하하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외국에서는 정말 다양한 인종이 살고 불법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기본 교육을 못 받았고 가난하다.
그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은 소매치기 밖에 없는 거다.
안타깝지만 그래도,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p.s. 스페인 여행 시 소매치기 예방 팁을 드리자면,
- 가방은 항상 내 몸 앞으로 메기: 길거리, 지하철, 버스, 기차 모든 장소!
- 한국처럼 자리 맡는다고 물건 테이블에 놓지 말기!
- 식당에서도 중요한 물건 옆자리에 놓지 않기, 항상 내 눈앞에!
- 당당하게 길 걷기! 힘 없이 걷거나 방향을 잃어 보이면 타깃이 되기 쉬움
- 혹시 소매치기를 잡는다면?? 때리지 말고 바로 경찰에 신고 및 도망가지 못하게 꽉 잡아놓기!
내 물건 잘 챙겨서 우리 소매치기당하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