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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는
가볍게 여길 건축물이 아니다.

by 박재한
Jeongjeon,_Jongmyo_(Summer,_2013).jpg

한국의 전통건물의 핵심은 무엇일까? 한국의 전통건물의 핵심은 자연과 어우러지는 미(美)이다. 가령 경복궁을 바라볼 때 근정전과 함께 어우러지는 인왕산과 북악산의 모습이 어우러지면서 웅장함을 표현한다. 또한 전통 건축물은 웅장함과 장엄함을 나타내기 위해 계단을 쌓아 올려 사람이 올려다보게 만들어 건축물이 1층일지언정 그 건물의 장엄함과 엄숙함을 표현하기도 한다.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 모든 아름다움의 중심에는 종묘가 있다. 동양의 파르테논 신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세계 유수의 건축가들이 종묘를 보고 아름다움과 장엄함, 엄숙함에 경외감을 느끼는 이 건축물은 조선시대의 건축의 진수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보전이 잘되어있다. 안타깝게도 경복궁, 창덕궁 등의 왕궁들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많이 훼손되고 없어진 터라 현재 복원을 진행 중에 있지만 과거의 모습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종묘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그 자리를 지키며 전통적이고 아름다운 건축물의 모습을 우리에게 계속 보여주고 있다.


최근 이 종묘에 대해서 너무나도 시끄럽다. 주변 지역에 고층 건물을 짓겠다는 측과 종묘를 지키자는 측에서 대단히 치열한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논쟁이 얼마 안 가 종묘를 지키자는 측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돈의 힘이 얼마나 센 것인지는 몰라도 아직도 팽팽하게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고층 건물을 짓겠다는 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말 그대로만 해석하면 정말 좋은 취지이기는 하다. 일대를 재개발하여 남북 축의 자연 광장을 만들고 양 옆을 고층 건물을 세워서 궁극적으로 한국판 센트럴 파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말 말 그대로 그 문장만을 뚝 때어놓고 본다면 지당 옳은 말이다. 하지만 말이다. 그 고층건물이 종묘의 자연경관을 해치는 경우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종묘는 주변 자연경관과 함께 궁극적으로 만들어진 건축물이다.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건축물이라는 특수성은 여타 다른 세계문화유산과는 매우 다른 특징이다. 그 특징을 지키고 살리는 것이 행정을 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아닐까? 사업가들은 그런 걸 신경 쓰기 싫다. 당연하게도 돈을 버는 사람들이라면 오래된 건축물의 자연경관 따위를 지킬 필요가 있겠는가? 돈만 벌면 그만이다. 하지만 행정을 하는 사람들은 결코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고층 건물을 짓자는 사람들은 수원 화성 또한 재개발 지역을 허용했는데 종묘는 왜 허용이 안되냐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수원 화성은 또 이야기가 다르다. 수원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게 된 이유에는 수원화성을 복원하는 책을 통해서 전통적인 기법에 따라 완벽하게 복원을 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가져다가 종묘와 비교하는 것은 또 다른 논쟁거리가 된다.


또한 고층 건물을 짓자는 사람들은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세계문화유산 평가를 받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주장한다. 이게 말이 되는가? 돈이 되는 사업을 하겠다고 조례를 다 고치고 어떻게 어떻게 해서 사업을 진행되기 위해 다 고쳤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이 조례를 고치고, 허용해 준 관계자들은 반성해야 할 것이다. 비단 서울시 잘못이 아닌 것 같다.


서울은 넓다. 고층 건물을 지을 때는 많다. 한국판 센트럴파크를 만들 곳 또한 널리고 널렸다. 서울시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겠다고 하면, 재개발하려고 하는 지역은 줄을 설 것이다. 하지만 종묘는 전 세계에서 저 지역 한 곳에만 위치한다. 단 하나이다. 그만큼 소중하고 각별하게 유지하고 보수하고 지켜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굳이 앞에다가 고층 건물을 지으려고 하는 것일까? 경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건물을 재개발하여 지역을 개발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꼭 유리건물로 이루어진 고층 건축물을 만들어야 이쁜 건물이고 스카이라인이 형성되고 아름다운 서울의 매력이 되는 것일까? 서울이 다른 세계의 대도시와 다른 매력적인 요소는 전통과 어우러진 현대건축물이고, 녹지와 푸른 산이 건축물 사이에 조화롭게 위치하여 있는 매력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아름답다고 하는 것이다. 굳이 그 앞에 고층건물을 왜 지으려고 하는 것인지 제발 다시 한번만 더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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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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