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이 생기는 역사』
조선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본다거나, 조선을 공부하다 보면 불현듯 도대체 조선은 몇 명의 사람이 살았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고는 합니다. 인구는 곧 국력이라는 말도 있듯이 농업을 주요 산업으로 밀고 있었던 조선은 더더욱이 인구가 중요했을 것으로 추정이 되는데요 도대체 조선의 인구는 몇 명이었을까요?
한성부(漢城府)에서 금년의 호구(戶口)의 총수(摠數)를 올렸다. 경도(京都) 오부(五部)의 원호(元戶)는 3만 4천 1백 91호이고 인구(人口)는 남녀를 합쳐 23만 8천 1백 19명이다. 경기(京畿)의 호수(戶數)는 12만 8천 7백 91호이고 인구는 56만 1천 44명이다. 강원도(江原道)의 호수는 6만 7천 3백 83호이고 인구는 28만 2천 2백 41명이다. 황해도(黃海道)의 호수는 11만 3백 80호이고 인구는 45만 7천 7백 17명이다. 경상도(慶尙道)의 호수는 37만 9천 6백 61호이고 인구는 1백 62만 8천 7백 54명이다. 전라도(全羅道)의 호수는 28만 7천 9백 14호이고 인구는 1백 10만 9천 5백 56명이다. 충청도(忠淸道)의 호수는 22만 9천 2백 82호이고 인구는 97만 4천 3백 80명이다. 함경도(咸鏡道)의 호수는 9만 3천 9백 72호이고 인구는 50만 9천 5백 54명이다. 평안도(平安道)의 호수는 22만 6천 1백 35호이고 인구는 1백 7만 8천 4백 6명이다. 경성(京城)의 오부(五部)와 팔도(八道)의 호수총계(戶摠)는 54만 7천 7백 9호535) 이고 인구총계(口摠)는 6백 82만 9천 7백 71명536) 이다.
놀랍게도 관련된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이 있었습니다. 1717년 숙종 시기 호구총수를 한성부에서 보고를 한 내용인데요. 각 지방의 인구와 전체 인구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자료에만 국한해서 해석한다면 경도 오부(서울을 기준으로 동부, 서부, 남부, 북부, 중부 5개의 지방으로 구분한 것을 칭합니다.)의 인구는 약 23만 명, 경기도는 56만 명으로 약 80만 명의 인구가 현재의 수도권에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현재는 약 2600만 명의 인구가 산다는 것을 감안하였을 때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역시 삼남지방이었습니다. 삼남, 즉 전라도와 경상도, 충청도는 조선의 곳간이라고 불릴 정도로 농업 생산량의 핵심 지역인데요. 많은 쌀을 비롯한 식량 생산을 하기 위해서인지, 그만큼 따뜻하고 살기 좋아서 인지는 몰라도 경상도는 약 162만 명, 전라도는 약 110만 명, 충청도는 약 100만 명 정도의 인구가 육박하고 있다는 것을 자료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당시의 전체인구 대비 지역인구를 비교하여 생각한다면, 삼남지방이 다른 지역에 비해 얼마나 많은 인구가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각 지방의 인구를 모두 더하면 총 700만 명의 인구가 1717년 당시 조선에 거주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한반도에 사는 인구를 대략 7,500만 명으로 조사를 하니 지금의 인구의 약 20%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조선의 인구가 적은 편이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찾아보니까 무굴제국이 약 1억 5,840만 명으로 1위를 기록하고 청나라가 약 1억에서 1억 5천만 명, 신성 로마 제국이 2,700만 명, 프랑스가 약 2,100만 명, 러시아가 약 1,360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조선의 당시 인구가 별로 차이 없는 것을 보면 인구가 결코 작은 편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인구통계 자료를 해석할 때에는 많은 의심을 품어야 하기는 합니다. 세금이 걷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도망친 사람들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과 당시의 행정력이 정확한 인구를 측정할 수 있었는가의 의문이 있습니다. 또한 이 자료는 아니지만, 다른 자료는 대체적으로 호수(집의 개수)를 조사한 자료도 있는데 그 자료를 볼 때에는 도대체 한 가구에는 몇 명이 사는지에 대한 가정도 고민 요소 중에 하나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어떻게 측정하고 유추하냐에 따라서 인구의 규모가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1820년 이전 세계 인구 GDP와 1인당 GDP의 증가>라는 보고서를 보면 18세기 조선의 인구를 1,300만 명으로 보았습니다. 이를 곧이곧대로 해석한다면 약 세계 9위의 인구대국이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조선을 시기적으로 나누어서 보았을 때에는 인구수의 추이가 어떻게 나올까요? <조선시대의 인구규모추계(2)-17,18세기 인구증가율 추계를 중심으로>에 나와있는 조선의 인구 추이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건국 당시(1392년)를 기준으로 보면 약 570만 명의 인구가 한반도에서 거주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임진왜란(1592년)과 병자호란(1637년)을 거치면서 인구가 약 110만 명이 감소했다는 특징과 1790년대에서 1850년대로 넘어갈 때 인구가 약 200만 명이 줄어들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조선의 역사가 약 500년 정도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기별로 인구의 추이가 많이 늘었났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계적으로 비교해 봐도 인구수가 크게 밀리지 않습니다. 1500년대 유럽 국가들의 인구수를 보면 독일이 약 1200만 명, 프랑스가 약 1500만 명, 이탈리아가 약 1050만 명 정도였다고 합니다. 조선 인구가 1000만 명 안팎인 것을 본다면 결코 밀리는 수치는 아닙니다. 이 인구의 가장 큰 차이가 발생한 건 산업혁명일 것입니다. 유럽은 산업혁명을 겪으면서 인구가 폭발하였지만, 조선은 그런 세계화의 흐름에 함께하지 못했기 때문에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런 게 또 세계사와 한국사를 비교하는 재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이 수치는 어디까지나 논문과 기록, 일부의 가정이 들어간 수치임을 염두하고 봐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