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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오누이 01화

1987년 오빠가 보낸 희망의 편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그리며 살아가는 거란다

by 최순옥
프롤로그

어릴 적 내게 오빠는 언제나 따뜻한 햇살 같았다.

크고 맑은 눈망울, 장난기 어린 웃음, 무엇보다 다정한 마음은 어린 나에게 늘 든든한 힘이 되어주었다.

우리 눈은 크고 닮아서, 사람들은 항상 오빠와 내가 꼭 닮았다고 했다.

오빠는 공부도 잘하고, 인사도 바르고, 부모님께 효도하며 착하고 잘생긴 모범생이었다.

때로는 서툴게 표현했지만, 오빠 마음속에는 가족을 향한 깊은 사랑과 동생을 향한 애틋함이 가득했다.

세월이 흘러도 선명히 기억나는 건, 그 시절 오빠가 보내준 편지들이다.

군 훈련소라는 낯선 환경 속에서도, 그는 가족과 동생을 향한 마음을 편지 가득 담아 보내곤 했다.

편지 한 장 한 장에 묻어나는 따뜻한 온기는 어린 나를 지켜주었고, 지금도 마음 한편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

오늘 나는 그 편지를 다시 꺼내어, 그 시절 오빠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닦는다.

아버지의 회복을 바라는 마음,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벅찬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와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다.

편지원문

동생에게

따갑게 내리쬐는 햇살 속에서 하늘을 우러러 너의 장한 모습을 그린다.

아버님, 어머님 모두 안녕하시고, 수옥이도 건강히 잘 지내고 있겠지.

이곳 훈련소에서도 열심히 생활하며 사회의 모든 생활을 배우고 있다.

힘든 환경 속에서도 사회생활에 익숙해지려 애쓰고, 하루하루 주어진 훈련에 충실히 임하고 있단다.

아버님, 어머님 모두 평안하시고, 수업도 잘 되고 있으리라 믿는다.

순옥이가 편지를 잘 썼더라. 오빠와 순옥이가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니 마음이 한층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아 기쁘다.

아버님, 어머님 말씀에 순종하며, 부모님의 뜻을 잘 따르는 효성스러운 딸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 모습이 오빠에게는 큰 기쁨이고, 부모님께는 더없는 행복일 것이다.

집을 떠나 있으면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 외로울 때 가장 간절히 생각나는 것은 역시 집이요, 부모님이시다.

너도 이제 고등학생이니 그 마음을 알겠지.

오빠가 제대할 때쯤이면 너도 벌써 고3이 되어 있을 테니 시간이 참 빠르구나.

희망이 있다

순옥아,

네가 학업에 힘쓸 때마다 학생답게 열심히 하고, 부모님의 마음을 기쁘게 해 드리는 착한 딸이 되기를 바란다.

오빠는 언제나 네가 훌륭한 동생이 되어 주기를 기도한다.

인간은 누구나 희망을 품고 산다.

오늘보다 내일, 내일보다는 모레가 더 잘 되고 더 행복하리라는 꿈이 있기에 우리는 기대와 용기를 가지고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마음속 희망의 등불이 꺼질 때, 우리는 절망의 어두움과 낙심의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 순옥아, 항상 희망을 품고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보내라.

아버님, 어머님 안녕히 계시고, 순옥이도 건강하기를 바란다.

1981년 5월 7일

훈련소에서 오빠가

에필로그

편지를 다 읽고 나면,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른 듯 어린 내가 그 자리에 서 있는 것 같다.

그때 오빠가 건네주었던 따뜻한 말과 희망의 메시지는 여전히 내 삶의 길잡이가 되어준다.

눈이 크고 닮았던 오누이, 마음까지 닮아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온 세월이 떠오른다.

공부도 잘하고, 착하고, 효도하며 늘 모범이었던 오빠. 그 모습이 그립다.

비록 먼 시간이 흘렀지만, 그 시절 오빠가 전해준 진심 어린 마음은 여전히 내 곁에 남아 있다.

편지 한 장이 전하는 사랑과 희망은 단순한 종이 조각이 아니라, 나를 지켜주었던 소중한 기억이며, 지금도 내 삶을 밝히는 빛이다.

나는 눈물을 닦으며, 아버지의 회복을 기원하고, 어머니에 대한 깊은 그리움을 다시 한번 마음속에 안는다.

벅찬 감정 속에서도, 그 따뜻한 기억이 내 삶을 굳건하게 지켜주고 있다.

엄마, 선생님, 오빠, 언니, 그리고 나. 오빠 초등학교 2학년, 나는 5살 때, 1975년 소풍에서의 한 장면
에필로그 마무리

눈물과 그리움,

지금의 나에게 남은 의미는 마음속 깊은 흑백 사진 한 장 같다.

그립고, 보고 싶고,

내게 오늘을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추억.

그 추억을 가슴 깊이 간직하며

기도하듯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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