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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오누이 02화

우리 오빠 그리고 막내 순옥이

별 하나, 마음 하나

by 최순옥
프롤로그


“별 하나, 마음 하나”

고향마당 초승달과 별빛이야기

나의 고향 연천집 마당, 초승달과 별들이 함께 빚어낸 작은 축제.

고요한 밤하늘에 수놓은 빛들이 오래된 기억을 불러내듯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아주 오래전, 푸르른 하늘과 향기로운 들꽃 사이로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수줍게 접혀 있던 그 편지엔, 지금은 하늘에 계신 오빠의 손글씨가 가득했다.

열다섯 살의 나는 그 편지를 읽고 울었고, 웃었고, 어쩌면 처음으로 ‘그리움’이란 말을 알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 글은, 그날의 마음을 다시 꺼내어 조용히 펼쳐 보는 작은 기록이다.

꿈 많던 한 소녀가, 오빠의 말처럼 ‘무엇인가를 하는 사람’이 되기까지의 긴 여정 속에서

늘 가슴에 품고 살아온 한 편지에 대한 이야기다.


원문

오빠의 편지
꿈이 있는 곳에

순옥이 보아라.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하늘에 반짝이는 아름다운 별들, 수없이 많은 별들 중에 초롱초롱 유난히 빛나는 저 별은 너의 별이요.

솔안개가 하얗게 피어오르는 호수를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나의 마음은 천국에 가 있다.

모든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느낀다.

아버님, 어머님 안녕하시고, 집안에 별일 없는지 궁금하구나. 순옥이도 잘 있겠지.

오빠는 오늘로써 모든 훈련을 끝내고, 삼일 후(화요일)에 이곳을 떠난다. (답장 쓰지 마)

여름이 와서 보리와 온 산에 푸른 잎이 푸르게 자라고, 아침 일찍 일어나 먼 산을 바라보면 얇은 안개가 덮여 금빛이라 슬쩍 보이는 자태가 아름답다.

지금은 개나리 꽃도 진달래 꽃도 지고, 향기로운 라일락 꽃과 깊은 향기의 아카시아 꽃이 한 장 돋보인다.


행복이 있다.

논에는 우리의 꿈을 가득 실은 모가 자라며, 곡식을 맞추어 산들산들 바람에 흔들리고 있겠지.

무더운 여름 갈치에 우리의 꿈을 거두기 위해 피땀 흘려 고생하시는 아버님, 어머님 일손 잘 도와 드리고, 공부하는데 개을리 하지 말아라.

남들이 쉴 때 한 발짝 더 앞서가는 사람이 되어야만 된다.

아버님, 어머님 늘 건강하시고, 순옥이도 늘 건강히 공부 열심히 하여라.

시간이 나면 무엇인가 하는 사람이 되어라.

일천구백팔십칠 년 오월 이십이일

오빠가 –


에필로그

“남들이 쉴 때 한 발짝 더 앞서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 말은 오빠가 내게 처음으로 건넨 진심 어린 조언이었다.

그 한 문장을 가슴에 새기고, 나는 자라는 동안 수없이 멈추고 싶을 때마다 다시 걸음을 뗐다.

지금 돌아보면, 오빠의 말 한마디가 내 삶의 등불이었구나 싶다.

시간은 많이 흘렀고, 세상도 많이 변했지만

그 편지 속 오빠의 목소리는 아직도 내 귓가에 맴돈다.


에필로그 마무리

지금 이 순간에도 하늘엔 수없이 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다.

그중 초롱초롱 유난히 빛나는 별 하나는

어쩌면, 아니 분명히—

내 오빠, 준섭 오빠의 별일 것이다.

그 별 아래, 나는 여전히 무언가를 꿈꾸며,

살아간다.

살아낸다.


다음 글 예고

다음 이야기에서는

오빠가 보내온 편지 속 또 다른 한 문장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그 조용하지만 단단한 말이 어떻게 내 삶에 또 다른 힘과 방향을 주었는지,

그리고 그 말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작은 기적이었음을 함께 나눠보려 합니다.

별 하나가 빛나는 하늘 아래에서,

우리가 꿈꾸는 그 ‘무엇인가’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시간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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