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늉 한 그릇
프롤로그 | 추석, 그리고 마음의 빈자리
추석은 늘 풍요와 함께 찾아오는 계절입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웃음과 이야기, 음식 냄새가 가득한 시간.
하지만 올해는 마음 한편이 유난히 허전합니다.
고향집 마루 끝에 앉아 아버지를 떠올리면, 송편과 구수한 누룽지가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아버지는 떡과 숭늉을 특히 좋아하셨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도 달라, 한 숟가락조차 올릴 수 없는 상황이 마음을 더 시리게 합니다.
아버지는 병원에 계신 지 20개월째, 콧줄과 소변줄을 달고 뉴케어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계십니다.
직접 음식을 드릴 수는 없지만, 마음속으로만 “아버지, 부디 건강하시길…” 속삭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숭늉 한 수저를 올려봅니다.
그 작은 마음이 아버지께 닿기를, 곁에 계신 듯 느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본문 | 중환자실, 고향집, 그리고 아버지
2024년 2월 7일, 아버지의 수술 날을 떠올립니다.
중환자실에서는 심정지가 반복되던 긴박한 순간들.
삑삑거리는 모니터음과 의료진들의 빠른 발걸음 속에서,
제 심장도 함께 조마조마 뛰었습니다.
하루하루가 얼마나 길고, 얼마나 눈물겹도록 힘들었는지 글로 다 담을 수 없습니다.
그 순간마다 제 마음은 단 하나였습니다.
“아버지, 제발 다시 건강을 되찾으세요.”
눈앞의 의료 장비와 바쁘게 움직이는 손길 사이에서, 저는 마음속으로 아버지를 위로했습니다.
그 곁에서 작은 숟가락이라도 드릴 수 있다면…
구수한 누룽지 숭늉 한 수저, 그 모든 것이 제 마음의 상징
이었습니다.
한 숟가락 한 숟가락 마음으로 올리며, 아버지가 늘 여전히 곁에 계신 듯 느끼고자 했습니다.
그날의 중환자실은 차갑고 긴장감으로 가득했지만, 제 마음
속에는 따스한 추억과 사랑이 자리했습니다.
손을 잡을 수 없어도, 마음으로는 한결같이 곁에 있는 것만
으로 위안이 되었습니다.
최근, 어머니 집에서 보이는 지척의 아버지 산소를 다녀왔습
니다.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어머니 산소 앞에서, 마음이 울컥
했습니다.
“어머니, 부디 아버지를 잘 보살펴 주세요. 편안히 지내실 수 있도록 지켜주세요.”
목 놓아 울며 드린 그 말속에는 그리움, 미안함, 그리고
사랑이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병중이신 아버지께 직접 음식을 드릴 수 없는 현실이 아프지만, 마음으로는 늘 곁에 있다는 위로를 전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옆에 자리하신, 큰아버지와 큰어머니께도 정성껏 예를 올렸습니다.
가족의 따스한 마음과 함께, 아버지가 조금이라도 편안히 지내시길 바라며, 제 마음도 아버지와 함께하는 시간을 느낍니다.
지난 연재를 통해 아버지의 첫사랑 이야기를 조심스레 풀어내면서, 글을 쓰는 제 마음도 함께 움직였습니다.
아버지가 젊은 시절 느꼈던 설렘과 그리움, 그리고 조금은 아프고 애틋했던 감정들이 제 마음속으로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글을 쓰며, 아버지가 단순히 제 부모님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살아온 이야기가 얼마나 풍부하고 아름다운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병중의 아버지를 뵐 때마다, 중환자실에서, 어머니 산소 앞에서 느꼈던 그리움과 사랑이 다시금 떠올랐습니다.
몸은 약해도, 삶의 흔적과 기억 속 사랑을 마음으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시간입니다.
선물 | 마음을 담아 올린 추석
올해는, 추석 선물을 크게 드리지는 못해도 작은 마음을 담았
습니다.
고향집 풍경을 연재 글 속에 담아 글씨를 크게 출력해 드렸
습니다.
아버지가 제 글을 네 장을 읽으시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
이시며 말씀하셨습니다.
“글 잘 썼다.”
짧은 한마디지만, 그 안에는 아버지의 따뜻한 마음과 자부심, 그리고 제 글을 이해하고 느끼신 기쁨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말씀은 간단하셨지만, 눈빛 속에서 전해지는 격려와 사랑은 말보다 훨씬 더 힘이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글을 쓰며 느낀 모든 감정이 아버지에게 닿았음을,
또 아버지와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병원에 계셔서 많은 것을 챙겨드릴 수는 없지만, 글을 통해 마음을 나누고 있다는 안도감과 감사함이 제 마음을 가득 채웠습니다.
아버지의 한마디가 제 마음을 든든하게 만들었고, 앞으로도
글을 통해 아버지와 소통하며, 사랑과 따뜻함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춥지 않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따뜻한 모달 수면 옷 한 벌과 포근한 양말 한 켤레를 올렸습니다.
작은 선물이지만, 마음만은 따뜻하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글과 선물을 통해 아버지께 닿기를 바랍니다.
오빠편지 원문
에필로그
마음으로 올리는 한 숟가락
송편 한 알, 구수한 누룽지 숭늉 한 수저.
이 작은 마음이지만, 아버지께 닿기를 바랍니다.
눈으로, 손으로 올릴 수 없어도, 마음으로는 언제나 아버지 곁에 있습니다.
아버지, 다시 고향집 마당에서 낙엽을 쓸고 다래를 따시는 그런 날,
그 따스한 햇살 아래에서 웃으시는 모습을 기다립니다.
마음으로 올리는 구수한 누룽지 한 그릇과 함께, 아버지께 전하는 변함없는 사랑과 깊은 마음,
그리고 그리움 가득한 마음입니다.
마무리 | 추석, 그리고 아버지와의 기억
추석이 다가오면 마음이 더욱 서럽습니다.
아버지를 직접 챙겨드릴 수 없는 현실이 가슴을 메이게 하지만,
마음으로는 언제나 함께 있습니다.
고향집 마루 끝, 따뜻한 햇살 아래 아버지와 함께 걷는 마음을 느끼며,
낙엽을 쓸고, 다래를 따고, 햇살 속에서 미소 짓는 아버지를 그립니다.
작은 숟가락 한 수저, 마음 한 조각, 그 안에 담긴 변함없는 사랑과 깊은 울림으로,
그리고 그리움 가득한 마음을 아버지께 전합니다.
직접 드실 수 없지만
마음으로 전하는 이 작은 숟가락 속 사랑이 아버지께 닿기를,
그리고 아버지께서 그 따스한 햇살 속에서 미소 지으시며 평안히 계시길 바랍니다.
고향집에 핀 샤프란 꽃
‘후회 없는 청춘’, ‘기쁨’, ‘환희’, ‘지나간 행복’, ‘순수한 사랑’ 등으로, 젊음의 소중함과 삶의 긍정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다음 연재 예고 | 어머니와 우정자
다음 글에서는 어머니와 함께한 기억, 그리고 우정자 님과 나눈 소중한 이야기들을 풀어보려 합니다.
일상 속 작은 순간들이지만, 사랑과 그리움, 효심이 담긴 이야기들을 통해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을 독자분들께 전하고자 합니다.
슬픔과 그리움 속에서도 서로를 지켜주고 마음을 나눈 이야기,
그리고 따뜻한 위로와 소중한 기억들이 글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순간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