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의 온도는 늘 당신의 입술 끝에 달려 있었다.
당신이 소리 내어 웃으면 집안 곳곳에 보이지 않는 햇살이 스며드는 듯했고, 바깥 날씨가 어떠하든 거실은 늘 봄볕처럼 따스했다. 반대로 당신의 기분이 조금이라도 가라앉는 날이면, 보일러를 아무리 높여도 왠지 모를 서늘한 그늘이 집안 구석구석에 드리워졌다. 당신은 우리 가족이라는 소우주의 중심에 있는 태양이었고, 나와 아이는 그 빛과 열기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행성들이었다.
가장 잊을 수 없는 풍경은 나른한 일요일 오후의 안방이다. 열린 창문 사이로 길게 드리워진 황금빛 햇살이 침대 위를 부드럽게 덮고 있을 때, 그 빛의 산란 속에서 갓 잠든 딸아이가 입가에 작은 미소를 머금은 채 새근새근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아이의 규칙적인 숨소리에 맞춰 평온하게 눈을 감고 있는 당신이 있었다.
햇살 아래 반짝이는 당신의 속눈썹과 아이의 보드라운 뺨을 가만히 지켜보며, 나는 생각했다. 우리 집에 두 명의 천사가 내려와 살고 있다고. 그 작은 웃음을 가진 천사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밑바닥에서 뜨거운 감사함이 차올랐다. 아, 이것이 행복이구나.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더 바랄 것이 없는 완벽한 삶이구나. 나는 그 찰나의 정지된 화면 같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내 모든 생을 다해도 좋겠다고 다짐했다.
딸아이가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웃음소리는 집 밖으로까지 흘러넘쳤다. 당신은 거실 바닥에 엎드려 딸아이와 눈을 맞추고 까르르 웃어댔다. 아이가 서툰 발걸음으로 당신에게 달려가 안길 때면, 당신의 얼굴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환한 미소가 번졌다. 나는 퇴근길 현관문을 열 때마다 들려오는 그 소리를 들으며,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했다.
당신의 웃음은 우리 가족에게 생존과도 같은 열기였다. 그 웃음소리가 멈추지 않는 한, 우리의 둥지는 영원히 따스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때는 왜 몰랐을까. 당신의 그 눈부신 웃음 뒤로 조금씩 그림자가 길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당신이 지키려 애썼던 그 밝음이, 사실은 조금씩 마모되어가는 영혼의 마지막 불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태양처럼 빛나던 당신이 스스로를 태워 우리를 비추는 동안, 당신 내부의 온도는 서서히 식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이제는 정적만이 감도는 거실에 앉아 있으면, 환청처럼 당신의 그 맑았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그때의 온도가 그리워 손을 뻗어보지만, 손끝에 닿는 것은 차갑게 식어버린 기억의 파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