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작은 우주에 새로운 별이 하나 탄생했다. 당신을 쏙 빼닮은, 아주 예쁘고 작은 딸아이였다.
첫째가 태어나던 날, 분만실 밖의 공기는 날카로운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와 복도를 바쁘게 오가는 발소리 사이에서, 나는 벽에 기대어 간절히 기도했다.
당신의 그 작은 체구로 이 엄청난 생명의 무게를 어떻게 견뎌내고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때, 적막을 깨고 들려온 아기의 첫 울음소리. 그것은 우리 삶의 모든 소음을 단숨에 잠재우는 가장 성스러운 선율이었다.
"여보, 수고했어. 우리 딸이야, 당신 닮아서 정말 예뻐."
침대에 누워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당신은 여전히 그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안경 너머로 비친 당신의 눈동자는 예식장에서 처음 보았을 때보다 수만 배는 더 깊고 단단해 보였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편을 향해 "한 번쯤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단호하게 문자를 보내던 그 당당함은, 이제 한 아이의 생명을 책임지는 강인하고도 부드러운 모성으로 변모해 있었다.
아이의 탄생과 함께 우리의 집은 비로소 '우리'라는 이름의 포근한 둥지이자, 세상의 풍파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단단한 성벽이 되었다.
당신은 완벽에 가까운 엄마였다.
아이의 수면 시간, 분유의 온도, 기저귀를 가는 타이밍까지 당신의 정성 안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보살펴졌다. 당신이 딸아이를 위해 엮어낸 그 울타리는 세상 그 무엇보다 안온하고 향기로웠다.
나는 그 품 안에서 우리가 영원히 안전할 줄 알았다. 서로의 온기만 나누고 산다면, 우리의 평화는 영원히 깨지지 않는 자전축을 가질 것이라 믿었다.
당신의 그 빈틈없는 섬세함과 아이를 향한 결벽에 가까운 헌신은 우리 가족을 지켜주는 가장 든든한 사랑의 증거라고만 생각했다.
퇴근길 현관문을 열 때마다 느껴지는 그 정갈한 공기가 당연한 축복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비극은 둥지 밖이 아니라 안에서부터 소리 없이 시작되고 있었다.
아이를 위해 그토록 정성스럽게 쌓았던 당신의 그 '규칙'들이, 어느 순간부터 유연함을 잃고 당신 자신만을 가두는 거대한 유리벽이 되어가고 있었음을 그때의 나는 알아채지 못했다. 당신의 헌신이 스스로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대가는 참혹했다.
훗날, 당신이 그토록 아꼈던 딸아이가 그 다정했던 품 안에서 공포를 느끼며 "엄마가 무서워요"라고 속삭이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모른 채, 나는 그저 당신이 만든 안식처에 기대어 눈부신 행복에 취해 있었다. 우리의 성벽은 그렇게, 가장 높은 곳에서부터 조금씩 균열을 준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