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우리 집엔 길 잃은 별이 산다 부제: 첫 만남의 빛부터 당신만의 궤도로 떠나버린 오늘까지의 기록
직장에서 나는 수시로 휴대폰을 든다. 동료들이 지나가며 부러움 섞인 한마디를 보탠다.
"정말 사랑꾼이시네요. 점심 메뉴까지 일일이 물어봐 주시고, 두 분 금슬이 참 부럽습니다."
그들의 눈에 비친 나는 아내를 지독히 아끼는 다정한 남편이다. 밥은 잘 먹었는지, 별일은 없는지 묻는 내 목소리는 분명 상냥할 것이다. 하지만 수화기를 쥔 내 손바닥엔 늘 축축한 식은땀이 고여 있다.
이것은 사랑의 확인이 아니라, 두려움의 확인이다.
수신음이 울리는 그 짧은 몇 초 동안, 내 머릿속엔 수만 가지 불길한 시나리오가 스쳐 지나간다. 아내가 또다시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허공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지는 않은지, 아이들에게 감당하기 힘든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야만 겨우 숨을 쉴 수 있다.
"밥 먹었어?"라는 질문은 사실 **"지금 제정신으로 식탁에 앉아 있어?"**라는 처처한 확인이며, "뭐 필요한 거 없어?"라는 물음은 **"오늘 하루 사고 없이 무사히 지나갈 수 있어?"**라는 간절한 기도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내가 마주하는 것은 익숙한 집이 아니라 낯설게 변해버린 공기다. 아내에게는 남편인 나와 자녀들이 분명 곁에 존재한다. 하지만 이 '가족'이라는 이름의 울타리는 이미 안에서부터 처참히 무너져 내렸다. 아내는 우리와 같은 공간에서 숨 쉬고 있지만, 자신만의 견고한 세계로 홀로 떠나 버렸다.
그곳의 언어와 논리는 이 세상의 것과는 달라서, 남편인 나조차 해석할 수 없는 문장들이 아내의 입술을 타고 흘러나온다.
가장 비극적인 것은, 아내를 지켜야 할 가족들이 정작 아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엄마의 따뜻한 품을 기억하던 아이들에게, 초점 없는 눈동자로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 엄마는 더 이상 '엄마'가 아닌 '공포'가 되었다. 아이들은 이제 엄마를 밀어낸다. 방문을 굳게 닫고, 엄마의 부름을 외면하며, 엄마라는 존재 자체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아빠, 나 엄마가 싫어. 무서워."
아이들의 날 선 고백이 가슴에 박히던 날, 나는 깨달았다. 우리 가족의 시계추가 멈춰버렸음을. 아내를 사랑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밀어내고 싶다는 본능 사이에서 아이들은 방황하고, 나는 그 틈바구니에서 서서히 말라가고 있다. 나 또한 사람이라서, 이 지독한 고립감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이 글은 찬란했던 우리의 첫 만남부터, 도저히 믿고 싶지 않았던 발병의 순간, 그리고 엄마를 밀어내 버린 아이들과 그 사이에서 번아웃이 된 나의 솔직한 기록이다. 우리의 겨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내는 여전히 그 낯선 행성에서 홀로 유영 중이고, 나는 여전히 다정한 남편의 가면을 쓴 채 매일 지옥의 입구를 기웃거린다.
마침표는 없다.
다만 우리는 오늘을 살아낼 뿐이다. 여전히 진행 중인 이 지독한 계절 속에서. 길 잃은 별을 품고 사는 세상의 모든 '은하수 지기'들에게 이 기록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