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을 더 이상 구독하지 않고,
새 글 알림도 받아볼 수 없습니다.
무해한 나의 일기
다음이라는 말이 있는 한 시간에 간절함이 깃들 틈이 없다.
주말 전까지만 해도 나의 주말은 분명 벚꽃 삼매경이었다. 제주의 동쪽에 살고 있는 직장동료가 보내온 사진에는 만발한 벚꽃이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서쪽에는 매화도 아직 만개하지 못했던 게 불과 며 칠 전이었다.
날씨가 따뜻했던 평일에 모든 꽃망울이 터지고 만 것이다. 그렇게 밖에 도저히 설명이 되질 않는다.
참 희한하다.
그 좋던 날씨도 내가 쉬는 날에는 흐리거나 춥기가 일쑤니 말이다. 이런 상황을 희극적으로 바꾸기 위해 ‘오히려 좋아’라는 생각에 몰두하면 된다.
딱히 약속도 없었고 목적지도 없었으니 그렇게 나쁠 것도 없는 게 분명하다.
오직 하나,
양은 냄비 같은 내 몸이 바깥 온도에 차가워졌다 뜨거워졌다를 수시로 한다는 것 말고는.
그래, 다음에.
오히려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