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봉근 Apr 14. 2018

비가 왔다

창밖엔 꽃이 지고 있었고 나는 청소를 했다.


비가 왔다. 

창밖엔 꽃이 지고 있었고 나는 청소를 했다.


한동안 책을 읽지 못했다. 읽고 쓰는 일에 부러 힘을 들이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기록되어진 문장들에 대해 회의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기록으로 남는다는 것은 시간이 고스란히 하나의 의미가 되는 일인데, 그게 별일이 아닌 것 같으면서도 꽤나 무거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애써 무언가를 남기지 않으며 살아가는 것이 삶을 대하는 작은 지혜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마침 비가 내렸고 꽃잎이 떨어졌고 조용히 청소를 할 수 있었던 오늘, 소파에 앉아 차곡차곡 사두었던 종이 책 몇 권을 펼쳤다.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읽었다. 아무 생각 없이 잘 정렬되어있는 글자들을 눈으로 따라갔다. 여행과 삶, 사람, 사랑, 이별 따위의 것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보고 순간순간 떠오르는 사람들의 얼굴을 그리다가 어느 부분에선가 하품을 했다. 그리고는 슬쩍 눈물을 닦았다. 자연스러웠어. 그래, 힘을 내야지. 힘껏 사랑해야지. 스스로 자그맣게 이야기했다. 오늘을 잊지 말자 다짐했다.


비는 계속 오고 있다.

꽃도 계속 지고 있고, 이렇게 나도 계속 살아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저 할 뿐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