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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Apr 06. 2021

짧은 글(이동영의 단상-2)

브런치에 안 어울리는 짧은 글 시리즈(2)


#01.

인생이 그래.
잘 보이고 싶으면 망칠 때가 많더라고.
자꾸 힘이 들어가고 조급해지거든.
미리 센스를 몸에 배도록 길러두고
실전에서 힘을 빼지 않으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게 되더라고.

이젠 준비할 만큼 하면 그냥 날 믿고 나대로 할래. 웬만큼 경험도 해봤잖아, 안 그래?

평소에 잘해야지, 이건 뭐 긴장해서 될 일이 아니니까 말야. 실전에선 여유와 자신감을 가지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더라.

알면서 실수하지 말자.


#02.

글쓰기는 인생과 닮았다.
글쓴이가 규정한 개념 안으로 독자는 들어와 감정을 일으키고 생각을 한다. 공감을 느끼면 무릎을 치면서 글쓴이에게 호감을 갖는다. 글을 '작품'이라 인정하면서.

인생도 마찬가지다.

나와 관계하는 이들을 순식간에 내편으로 만들어 함께할 수 있으면 된다. 쉽지 않다. 기술이 들어가야 한다.

내가 헷갈리는 순간이 오고, 상대가 저항하는 순간도 온다. 프레임이 깨지는 순간엔 관계도 자연히 깨진다.

내 인생을 작품으로 인정하는 사람을 늘리려면 그들이 찾는 니즈를 건드려줘야 한다. 그 강력한 니즈는 '감탄'인데, 인간은 결국 감탄을 위해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려운 건 내가 스스로 감탄하지 못했는데 남들이 내게 감탄할 때다. 그때 느끼는 괴리감을 이겨내기 위해서 우린 '가면을 쓴다'라고 또 한 번 개념을 규정한다.

여기서부터 혼란이 시작된다.

무엇이 진정 작품성 있는 내 인생인가 말이다. '둘 다 나야'라고 할수록 힘들어진다. 나도 가면이 편한 사람으로 살고 있다 보면 있는 그대로 날 바라봐 줄 사람이 있긴 할까? 하는 두려움에 나를 그만 내쳐버리거나 내게 다가온 인연을 놓쳐버리고 만다.

내가 겨우 잘 짜 놓은 규정을, 사람들이 작품으로 인정해주는 인생을 부정하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03.

타고나든 길러지든 모든 건 그러하다. 내게 부족한 것이 누군가에겐 채워진 모습으로 드러나지만 그에게 부족한 것이 내게 있는 것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진리. 세상은 불공평한 듯 보이지만 역사만 보아도 균형은 결국 맞춰진다. 상식의 흐름이 바뀌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극(동기부여)과 깨달음이다. 자극 이후 깨달음이 뒤처지고 그 뒤에 대처가 없으면 영영 자기계발은 숙제로 남아 한 인간의 일상을 괴롭힌다. 나는 자기계발이라는 말을 어렸을 적부터 좋아했다.

[자기계발: 사전적 정의]: 잠재하는 자기의 슬기나 재능, 사상 따위를 일깨워 줌.

자기계발은 자기계발서에만 있는 덕목이 아니다.

드라마에도 있고, 소설 속에도 있고, 에세이에도 있으며 인스타 피드나 브런치에도 있다. 오늘 잠시 나눈 누군가와의 대화나 행동 속에도 들어있다. 내가 끄적인 일기나 메모 속에도 있다.

기민하게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깨달은 뒤 가만히 있거나 과거를 반복했기에 더뎠을 뿐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더 멋지게 살아볼 수 있다. 특유의 반전매력으로 뿜어져 나올 것이니까. 과거에 얽매이지만 않는다면 답은 현재에 있다.

지금 여기, 나 자신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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