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 예능은 결국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 해도, 이 프로그램에서 김종민의 고민은 찐이었다는 걸 많은 시청자들이 느꼈을 것이다. 왜냐고? 김종민 같은 사람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나란 인간이 그렇다. 거의 먼저 연락하는 법이 없다. 내가 선톡, 선문자, 선발신(전화)을 했다면 그건 엄청난 결심 뒤에 일어난 빅이벤트다. 생색은 안 내겠지만, 먼저 연락을 한다는 건 인간 이동영의 일상에서 일어난 중대한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될 일이다.
전화를 먼저 안 하는 사람은 본래 잘 받는 법도 없다. 내 휴대폰에는 그래서 늘 '부재중 전화'가 찍혀있다. 일부러 안 받는 건 아니다. 전화는 일단 무음으로 되어 있는 데다 '연락 올 사람이 없다'라고 생각하며 하루를 살기 때문에 휴대폰 화면을 켜서 부재중 전화 목록을 확인하는 일은 매일 익숙한 루틴이 되었다.
대개는 전화로 강의 섭외가 오는데 못 받고 부재중에 찍히는 경우가 친구나 지인으로부터 오는 수보다 훨씬 많다. 내가 블로그 등에 '강의 섭외 시에는문자환영' 문구와 함께 '메일'로 보내달라고 유도하는 글을 쓰는이유는 피차가 편하기 때문이다.
내 이미지가 막상 만나면 편안해도 그전까지는 만만하진 않은 느낌이 강하단다.보험 영업이나 결혼식 알림(청첩장)이나 돌잔치 알림, 종교 전도도 30대 이동영에겐 거의 안 한다. 베프라 해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쪽에서 먼저 다가가는 법이 적다. 뭔가 늘 바쁠 것 같은 분위기가 있는데, 사실 난 시간을 미리만 고지해준다면 얼마든지 조정할 여지가 있는 프리랜서다. 그래서 반전이 있다. 먼저 다가오는 사람에게는 무척 살갑다. 나를 찾아주었다는 고마움에 보답해야 한다는 기분이 강해서 그렇다.
내가 용기를 내어야 하는 만큼 나에게 연락하거나 찾아온 사람들의 용기도 존중하는 거다. 본래 그런 적극적인 성향인 사람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순수하게 인간적인 온도를 느낀다. 사람에게 큰 기대를 안 하는 내 성향상 실망은 적고 감동은 더 크게 받는다.
좋은 말이 생각이 안 나서 안부 문자 하나도 어색하다는 김종민에게 딘딘이 말한다.
왜 좋은 얘기를 하려고 해? 그냥 대화하면 되잖아!
나도 '그냥' 대화하고 싶다. 조금씩 사람 귀한 게 더 느껴진다. 사회성이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지 말이다. 지금까지 내가 먼저 연락 못하는 이들로부터 미리 받았던 따뜻한 인정들을 어떻게 다 갚아나가야 할까?
연락하면 혹시 지금 바쁘진 않을까?괜히 방해하는 거 아닐까? (어쩌면 난 거절이 두려운 건가?) 여기 살아있음의 생존신고와 거기 살아있음의 생존 확인의 다행함을 나누는 일이 왜 망설일 일인지. 이 사람이 내 연락을 달가워할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든다.
진짜 바쁘고 방해가 된다면 못 받겠지 뭐. 이게 고민하고 상처받을 일인가....ㅋㅋ 너무 깊게 생각하지 좀 말자.
나도 참 소심하단 생각을 스스로 하다가도 자연스레 '평소에 잘하자'는 그 평소가 바로 '지금'임을 반성하게 된다. 이 글을 쓰고 나서도 난 아마 먼저 연락하는 일이 익숙해질 때까지 한참이 걸릴 놈이다. 나는 너무 날 잘 알아서 탈이다. 인정하는데 안 바뀌는 게 문제다.
'사람은 장면으로 기억된다'는데, 내가 연락을 하면 받는 당신은 어떤 장면으로 날 떠올릴까.무슨 말로 나에게 회신을 할까. 전화를 걸어줄까. 기꺼이 시간을 내어줄까. 내 번호를 지우진 않았을까? 혹시.. 수신거..ㅂ?? 이런저런 오만가지 생각을 하다가 결국 보내기 버튼, 통화 발신 버튼을 포기하고 애꿎은 전원 버튼만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