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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Mar 30. 2017

8년 전 첨삭받은 메일을 다시 보며

가장 큰 지적은  '단문을 써라'였다. 그땐 화가 났었다.

감회가 새롭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필자는 편입 전 전라권에 있던 대학생 시절,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월간잡지인 <소셜워커>의 학생기자단에 지원해 어렵사리 상경을 하기에 이른다. 대학에서 학보사도 했었지만, 영향력이 크지도 않고 교수님 혼자 다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교수님은 A+을 안 주기로 유명했는데, 학보사를 담당하면서 기자를 신청한 학생에겐 A+을 준다는 소문이 파다해서 자원했다. 그러나 신문기사를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선 알려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나 스스로 익혀야만 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엄청 게을렀던 거다. 의지박약.


햇수로는 9년, 지금으로부터 약 8년이 흘렀다. 우연히 글쓰기 강좌를 준비하다 '강의'검색어로 2009년 메일을 열어 보았다. 경기 파주시 소재 홍원 연수원이란 곳에서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학생기자단 워크숍을 2박 3일로 진행했었다. 그래, 그때 엄청 푸르러서 참 좋았는데. 내겐 사진 잘 찍었다고 칭찬받았던 날로 기억한다.


첨삭을 받은 과제는 소셜워커의 선임기자님을 인터뷰하는 가상 인터뷰 기사였다. 워크숍에서 특강을 하시기도 했던, 지금은 폐간된 진보잡지 <월간 말>의 당시 편집국장 정 OO기자 님께서 살벌하게 메일로 내 글 상태를 점검해주었다.


지금 다시 보니까 정말이지 심각하기 짝이 없다. 잘 쓴 부분이 아주 없진 않지만 100점 만점이라면 20점도 못 줄 글이다. 기사인데 2박 3일을 1박 2일이라고 표기하질 않나, 헤드라인 카피를 내가 그렇게 못 뽑는 아이였구나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지금 나는 정말 꾸준히 글을 쓴 결과였구나. 타고난 게 아니었구나.


다음(상자 안)은 실제 첨삭한 일명 '빨간펜' 모음이다.

 뭐도 하고, 뭐도 하고, 뭐도 하고... 문장이 깁니다. 기사는 단문으로 짧게 쓰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짧게 써야 독자들도 쉽게 이해합니다. 기자도 기사 쓰다 문장이 꼬이는 일이 안 생기구요.(중략) 요지는 끊을 수 있는 문장은 끊어 쓰라는 것입니다.


(워크숍 일정 중....인터뷰의 요령과 실제라는 강의 중, 한 문장에서 동의어의 반복은 되도록 피합니다. 워크숍 일정 중...인터뷰의 요령과 실제라는 강의 시간에..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예컨대, 서술어도 반복을 피하는데요. ~라고 말했다. ~라고 강조했다. ~라고 밝혔다. 이런 식으로 적절하게 바꿔가면서 써주는 겁니다.)

아래 상자는 총평이다.

인터뷰 기사는 인터뷰한 내용을 풀어서 서술하는 것과, 앞에 리드를 뽑고 이어서 질의응답을 정리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고 했습니다. 두 가지 방식을 섞어서 썼네요. 뭐 좋습니다. 그러나 이 기사의 리드는 인터뷰 기사의 리드로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즉, OOO 기자와의 인터뷰 기사의 리드인데, 워크숍에 대한 설명으로 기사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워크숍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리고 언급하더라도 리드 후반부에 간단히 언급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좀 거칠게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소셜워커 학생기자단이 OOO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OOO 기자는 이렇게 이렇게 말했다. 인터뷰는 소셜워커 학생기자단 워크숍 중 인터뷰 실습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그리고 워크숍을 좀 더 자세히 언급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인터뷰 내의 별도의 박스기사로 처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인터뷰 기사를 쓰고, ‘소셜 워커 워크숍은?’이란 제목의 간단한 딸림 기사를 쓰는 거죠.
충분히 끊어서 쓸 수 있는 문장을 이어서 쓰는 것을 무엇보다 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빨간펜들만 모아놓아도 그때 내 기사의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 명확히 떨어진다. 그리고 지금, 꽤 나아졌다는 것을 느낀다. 하나 그때의 철없는 분노가 좀 더 냉정한 자기 평가로 이어졌다면 더 일찍 감을 잡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단문을 쓰는 것, 내가 멋있어 보이도록 쓰는 글이 아니라, 독자가 읽기 좋은 문장을 쓰는 것. 지금도 글은 쓸수록 어렵다. 부족함을 매일 같이 느낀다. 그렇지만 매일 글을 쓰는 것은 나의 변치 않을 꿈이다.


앞으로 나의 8년 후 글은 지금보다 더 나은 글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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