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상승의 구조적 원인과 정책적 대응

by Edward Alistair Langford

2026년 3월 현재.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돌파하며 이른바 '고환율 뉴노멀'이라는 불편한 이름을 얻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100원~1,200원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던 환율이 이렇게까지 올라선 데에는 단순히 수급 문제나 투기적 자본 이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구조적인 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글은 그 힘들을 가능한 한 이론적으로 정확하게 해부하고, 현실적인 정책 대응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용할 분석 틀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과 존 힉스(John Hicks)의 IS-LM 모형으로 대표되는 신고전파 종합. 즉 네오케인지언 프레임이고, 다른 하나는 하이먼 민스키(Hyman Minsky), 니컬러스 칼도(Nicholas Kaldor), 그리고 미하우 칼레츠키(Michał Kalecki)로 이어지는 포스트케인지언 전통이다. 두 시각은 강조점이 다르지만, 지금 한국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 데 서로를 보완해 준다.


2024년 12월 3일의 비상계엄 선포는 교과서적인 의미에서 강력한 부(負)의 수요 충격이었다. 힉스가 1937년에 IS-LM 모형을 처음 정식화했을 때 그가 염두에 둔 것은 주로 총수요의 변동이었는데, 이 사건은 정확히 그 방식으로 한국 경제를 강타했다. IS 곡선이 왼쪽으로 이동했다.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11월 100.7에서 12월 88.4로 급락했다는 사실은, 사건이 단순히 금융시장의 발작에 그친 것이 아니라 민간 소비 계획 자체를 위축시켰음을 보여준다. 새뮤얼슨이 '신고전파 종합'에서 거듭 강조했던 논점. 즉 케인스 적 수요 관리의 핵심은 민간 부문 지출의 기대(expectation)를 안정시키는 데 있다는 주장이 다시 한번 유효함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동시에 LM 곡선에도 압력이 가해졌다. 역외 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순식간에 1,450원을 돌파하고 일부 거래에서 1,500원에 육박하는 호가가 나타났다는 사실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동성 선호를 급격히 강화하며 원화 자산에서 이탈했음을 의미한다. 토빈(James Tobin)이 자산 선택 이론에서 지적했듯,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과 안전 자산 사이의 기대수익률 격차뿐만 아니라 불확실성 자체에 반응한다. 계엄이라는 전례 없는 정치적 사건은 위험의 크기를 모르는 상태, 즉 나이트(Frank Knight)적 의미의 불확실성(uncertainty, not risk)을 초래했고, 이 상황에서 외자 이탈은 이론적으로 당연한 귀결이었다.


개방 경제로 IS-LM 모형을 확장한 먼델-플레밍(Mundell-Fleming) 모형은 이 과정을 더 명료하게 설명해 준다. 변동환율제하에서 통화 정책이 효과적이라는 먼델-플레밍의 결론은 동시에 자본 이동이 자유로운 소규모 개방 경제가 자본 유출 충격에 얼마나 취약한지도 시사한다.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이 급상승하고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3%에 근접했다는 것은 리스크 프리미엄이 실질 이자율을 밀어 올리며 IS 곡선의 기울기 자체를 바꾸어 놓은 것과 같다. 투자 비용이 커진 경제에서 민간 투자가 회복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네오케인지언 프레임만으로는 12·3 사태 이후 환율이 왜 단기적 발작에 그치지 않고 장기 굳어졌는지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여기서 포스트케인지언의 시각이 필요해진다.


칼레츠키는 소득 분배와 총수요의 관계를 분석하면서, 자본 이득에 집중된 소득 구조가 어떻게 만성적인 내수 부진을 초래하는지 보여주었다. 오늘날 한국에서 '서학개미'로 대표되는 내국인의 해외 자산 투자 확대는, 칼레츠키적 관점에서 국내 투자 수익률과 소비 기회에 대한 구조적 불신의 표현으로 읽힌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포트폴리오 다변화 명목으로 해외 자산 배분을 늘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는 상시적인 달러 매수 수요를 만들어내며, 외환스왑 한도를 650억 달러로 늘리는 당국의 노력이 "근본적인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정책의 실패가 아니라 국내 자본 축적 구조의 문제를 반영하고 있어야 한다.


민스키의 금융 불안정성 가설(Financial Instability Hypothesis)은 또 다른 중요한 렌즈를 제공한다. 민스키는 경제 주체들이 안정적인 시기일수록 더 큰 위험을 감수하도록 인센티브가 작동하고, 이것이 결국 금융 취약성의 축적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갑작스러운 충격이 발생하면 "모두가 동시에 현금을 원하는" 상태. 즉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가 출현한다. 12·3 사태 직후 NDF 시장의 폭주는 이 민스키 모멘트의 외환시장 버전이었다. 달러라는 국제 기축통화로의 도피 현상이 순식간에 발생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민스키가 이러한 붕괴가 단순히 외생적 충격의 결과가 아니라 그 이전의 내생적 금융 팽창 과정에서 이미 씨앗이 뿌려진다고 보았다는 점이다. 한국 금융시장의 높은 대외 의존도와 자본 이동의 자유화가 이 취약성의 구조적 기반이었다.


칼도의 누적적 인과관계(cumulative causation) 개념도 빼놓을 수 없다. 칼도는 경제적 불균형이 자기 강화적(self-reinforcing) 성격을 지닌다고 보았는데, 고환율의 장기화가 수입 물가를 높이고, 이것이 생산 비용을 올리며, 수출 경쟁력 회복이 지체되고, 무역수지 압박이 다시 환율 상방 압력으로 이어지는 순환 고리가 바로 그 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서 중동 긴장으로 인한 유가 급등이 원/달러 환율을 한때 1,500원 위로 밀어 올린 것은 이 누적적 인과관계의 전형적인 작동 사례다. 한번 고환율 궤도에 올라서면, 외부의 강한 힘이 작용하지 않는 이상 스스로 낮은 환율 수준으로 복귀하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의 2026년 예산안은 총지출 728조 원으로 전년 대비 8.1% 증가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 대비 -4% 초반까지 허용하는 이 확장적 기조는 네오케인지언과 포스트케인지언 모두에서 합리화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양 진영이 주의를 촉구하는 지점도 분명히 다르다.


새뮤얼슨적 시각에서 보면,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의 재정 지출 확대는 IS 곡선을 오른쪽으로 이동시켜 총수요를 자극하는 정통적인 처방이다. 소비자심리지수가 2026년 2월 112.1로 반등하고, 2월 수출이 전년 대비 23.5% 증가한 것은, 정부 지출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그러나 동시에, 재정 적자의 확대는 국채 공급을 늘리고 이것이 시장 이자율을 밀어 올리는 구축 효과(crowding-out effect)로 이어질 수 있다. IS-LM 모형의 고전적 교훈이다.


포스트케인지언 입장에서는 이 구축 효과 논리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칼레츠키는 정부 적자가 민간 흑자의 회계적 대응물임을 지적했다. 즉, 정부가 돈을 쓰면 그만큼 민간 부문의 소득이 늘어나고, 이것이 다시 소비와 투자의 재원이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지출이 어디로 향하느냐다. 단순히 내수 진작용 이전지출에 집중된다면 생산성 향상 없이 인플레이션 압력만 가중하고 원화 가치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 반면 전략 수출 금융 기금이나 AI·에너지 인프라 투자처럼 공급 측면의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쓰인다면, 포스트케인지언이 중시하는 '유효수요와 공급 역량의 동반 성장'이 가능해진다. 이 구분이 이재명노믹스의 성패를 가를 핵심이다.


그렇다면 1,500원대 고환율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가. 이론적 맥락 위에서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먼저, 한미 금리차 1.25%포인트라는 구조적 자본 유출 압력에 대응하는 문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로 동결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려 내외 금리차를 줄이는 방법은 내수 회복을 저해하는 딜레마를 수반한다. 이것은 먼델-플레밍 모형이 예고하는 '불가능한 삼위일체(impossible trinity)'의 현실적 발현이다. 환율 안정, 자본 이동의 자유, 독립적인 통화 정책 세 가지를 동시에 달성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분명하다. 자본 이동 일부를 관리하는 거시건전성 조치를 강화하거나, 아니면 통화 정책의 일정 부분을 환율 안정에 헌신하게 하는 것이다. 포스트케인지언 전통은 전자, 즉 자본 이동에 대한 선별적 제한을 오랫동안 옹호해 왔다. 민스키는 자본 자유화가 금융 불안정성을 심화한다고 경고했고, 칼도는 국내 산업 정책의 효과가 무분별한 자본 이동으로 희석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다음으로 외환 방어막의 상시화 문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번 사태 모두에서 확인된 것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여부가 심리적으로도 실물적으로도 환율 안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단순한 외환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간 제도적 신뢰 구축의 문제다. 새뮤얼슨류의 국제 거시경제학이 강조하는 정책 조율(policy coordination)의 실천이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국내 자본 축적의 매력을 되살리는 일이 필요하다. 칼레츠키의 언어로 말하면, 국내 투자의 기대수익률을 높여야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는 기업 환경 개선, 기술 혁신 생태계 조성, 그리고 반도체 등 핵심 수출 산업의 경쟁력 유지와 직결된다. 2026년 2월 수출이 23.5% 증가한 것은 긍정적 신호지만, 이것이 지속 가능해지려면 구조적 혁신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누적적 인과관계는 하락 방향으로도, 상승 방향으로도 작동한다. 수출 경쟁력이 강화되면 무역수지가 개선되고, 달러 공급이 늘어나며, 환율이 안정되고, 다시 수입 비용이 줄어드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FDI 감소 문제는 따로 다루어야 한다. 2025년 3분기 제조업 FDI 신고액이 29.1% 급감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 문제는 환율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네오케인지언적 접근이 총수요 관리에 집중한다면, 포스트케인지언은 이와 같은 공급자 측 구조 문제를 전략 산업 정책(industrial policy)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데이터센터와 유통 분야 그린필드 투자가 23% 증가한 것은, 서비스 중심의 자금 유입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은 창이다. 이 창을 넓히는 것이 외환 수급 구조를 바꾸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2026년 현재 원/달러 환율의 고공 행진은 단일한 원인의 산물이 아니다. 12·3 사태라는 정치적 충격이 IS-LM 균형을 뒤흔들었고, 한미 금리차라는 구조적 자본 유출 압력이 바닥을 높였으며, 내국인의 해외 자산 선호라는 칼레츠키적 내수 구조 문제가 만성적 달러 수요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트럼프 관세와 중동 에너지 리스크라는 대외 변수가 칼도의 누적적 인과관계를 타고 고환율 뉴노멀을 고착시키고 있다.


처방 역시 단일할 수 없다. 새뮤얼슨식 IS-LM의 언어로는 총수요 관리와 금리 정책의 조합이 필요하고, 먼델-플레밍의 언어로는 자본 이동 관리와 통화 정책의 우선순위 선택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민스키와 칼레츠키와 칼도의 언어로는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을 줄이고 국내 투자 생태계를 복원하며 수출 경쟁력의 누적적 강화를 이루는 장기적 과제가 남는다. 이 모든 처방이 동시에 요구된다는 사실이야말로, 지금 한국 경제가 얼마나 복잡한 지점에 서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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