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담뱃값을 1만 원대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기사가 보도된 바 있다. 2015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된 이후 10년 넘게 담뱃값이 동결됐으니, 이제는 올릴 때가 됐다는 말도 나온다. 또한 OECD 평균이 약 9,869원이라는 수치도 근거로 제시된다. 이러한 주장들은 언뜻 보면 합리적인 것 같다. 그런데 조금만 뜯어보면, 이 정책은 목적과 수단이 어긋나 있고, 그 피해를 맨 먼저 받는 사람이 누구인지조차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먼저 담뱃값 인상의 명분은 언제나 그렇듯이 국민 건강이다. 한마디로 가격을 올리면 흡연율이 떨어진다는 것. 그런데 사실 담배는 경제학적으로 가격 비탄력적 재화에 속한다. 한마디로 담배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0.3에서 -0.5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가격을 10%나 올려도 소비가 3~5%밖에 줄지 않는다는 뜻을 의미한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도 담배 수요의 비탄력성을 인정하면서도 가격 인상을 권고하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다른 규제 수단과 병행할 때의 이야기이지 담뱃값만 올리라는 뜻이 아니다.
실제로 2015년에 담뱃값이 인상된 직후 성인 남성 흡연율은 39.3%에서 2016년 40.7%로 오히려 반등했다. 물론 단기적인 충격은 있었지만,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세계에서 담뱃값이 가장 비싼 나라 중 하나인 호주는 한 갑에 우리 돈으로 약 4만 원을 넘어서지만 흡연율은 여전히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상 가격만으로 흡연을 근절할 수 없다는 건 이미 국제적으로 검증된 사실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정부는 계속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번 6차 국민 건강 증진 종합계획 문서를 보면 된다. 여기서 정부는 건강증진부담금 인상을 통해 "국민 건강 증진 기금 재원을 늘리겠다"라고 명시했다. 또한 금연 목적과 세수 확보 목적이 같은 문서에 나란히 적혀 있다. 그렇기에 담배 소비가 줄수록 기금 재원도 줄어드는 구조에서 정부가 진심으로 금연을 원하는지를 의심해 볼 수밖에 없다.
또한 담뱃값 인상이 사실상 역진세라는 점은 좌우를 막론하고 경제학자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부분이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계층의 흡연율은 상위 20%보다 유의미하게 높다. 한마디로 가격이 오를 때 타격을 받는 건 담배를 쉽게 끊을 수 있는 고소득층이 아니라, 끊고 싶어도 끊지 못하는 저소득층이다.
게다가 경제학자 모딜리아니의 생애주기가설로 보면 이 문제는 더 선명해진다. 고소득층은 생애 전체에 걸쳐 소비를 평탄하게 유지할 여력이 있다. 담뱃값이 올라도 다른 지출을 약간 줄이거나 저축을 조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저소득 흡연자는 그런 완충의 여지가 없다. 결국 담뱃값 인상분은 고스란히 식비나 교육비, 공과금 같은 필수 지출을 압박하는 형태로 전가된다. 또한 금연 클리닉, 니코틴 패치, 금연 보조제 같은 대체 수단을 구매할 여력도 저소득층이 더 낮다. 결국 가격 인상의 피해는 가장 취약한 사람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를 칼레츠키식으로 표현하자면, 담뱃값 인상은 노동자 계급의 실질 임금을 삭감하는 효과를 가지며 흡연율이 낮거나 가격 충격을 쉽게 흡수할 수 있는 고소득층과의 부담 비대칭이 발생하고, 이는 이미 기울어진 소득 분배 구조를 더 악화시킨다는 걸 의미한다.
그리고 담뱃값 인상을 거시 경제 차원에서 보면 또 다른 문제가 나온다. 저소득층은 소득 대비 소비 비율. 즉 한계소비성향(MPC)이 높다. 그래서 이들의 가처분소득이 줄면 소비 지출이 위축되고, 이는 결국 IS 곡선의 좌 이동으로 이어져 총수요를 끌어내린다. 그렇기에 승수효과를 고려하면 저소득층의 소비 감소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은 단순 계산보다 크며, 경기 침체 국면에서 이 정책이 시행된다면 재정 긴축 효과와 맞물려 총수요가 이중으로 압박받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포스트케인지언 경제학은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는 유효수요 원칙을 핵심으로 삼는다. 그리고 이 관점에서 보면 담뱃값 인상으로 거둔 세수가 즉각적으로 동일한 규모의 지출로 환류되지 않을 경우 수요 누출이 발생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래서 정부가 건강 증진 기금을 거둬 실제로 금연 지원에 쓰기까지의 시차. 그리고 실제 집행 비율의 불투명성을 고려하면 이 우려는 현실적이라고 볼 수밖엔 없다.
거기다가 민스키의 금융 불안정 가설도 참고할 만하다. 담뱃값이 올라도 중독으로 인해 소비를 유지하려는 저소득 흡연자는 부채에 의존하거나 다른 필수 지출을 삭감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부채 의존도가 높아지면 민스키가 말한 취약한 금융 포지션. 즉 소득으로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로 이행할 위험이 커진다. 물론 거시적으로는 미미해 보일 수 있지만 저소득 가계 단위에서는 실질적인 재무 스트레스로 작동하게 된다.
또한 담뱃값 인상을 지지하는 가장 탄탄한 논거는 피구세 논리다. 흡연이 건강보험 재정과 간접흡연 피해라는 외부 불경제를 유발하므로, 그 비용을 흡연자에게 내재화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 논리 자체는 경제학적으로 유효하다. 그러나 피구세가 정당성을 가지려면 세수가 실제로 그 외부 효과를 치유하는 데 쓰여야 한다는 조건이 따른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실제로 건강증진부담금의 금연 사업 실제 집행 비율은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어왔다. 세금은 걷히지만, 그것이 금연 클리닉 확충이나 니코틴 대체요법 급여화로 충분히 이어지고 있는지는 불투명하다는 것. 그래서 외부 효과 교정이 목적이라면 세율도 외부 효과 추정치와 체계적으로 연동되어야 하는데, 현재 담뱃세 구조가 그런 방식으로 설계됐다는 근거는 안타깝게도 없다. 결국 피구세의 외피를 쓴 일반 세수 확보에 가깝다.
그래서 포스트케인지언적 관점에서 금연 정책의 올바른 방향은 가격을 올려버리는 게 아니라 직접적 공공 의료의 개입이다. 금연 클리닉 완전 무상화, 니코틴 대체제 전액 급여화, 흡연 관련 질환 조기 치료 접근성 강화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 방식은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유효수요를 훼손하지 않고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또한 비가격 규제 수단도 있다. 담뱃갑 경고 그림 강화, 광고 전면 금지, 판매처 제한, 가향 물질 첨가 금지는 가격 인상 없이도 흡연 진입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이번 6차 계획에도 이런 조치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수단들을 먼저 충분히 시행하고 효과를 측정한 뒤 가격 정책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
그래서 내가 담뱃값 인상에 대해 반대하는 게 담배가 무조건 옳다고 옹호하는 게 아니다. 당연히 목적이 건강이라면 수단도 건강해야 한다. 그런데 역진적 세 부담을 저소득층에게 전가하면서 세수를 확보하는 방식이 건강 정책의 이름을 달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논의하지 않은 채 OECD 평균 같은 숫자만 들이미는 것이 지금 이 논쟁의 핵심적인 결함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