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확장의 시간<4>
* 세상의 어제와 오늘을 담은 역사 매거진
도시의 건설로 인류는 자연 상태에서 살던 때와는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도시는 문명이 피고 자라나 융성해질 수 있는 터전이 되었다는 점에서 인류 확장에 있어 중요한 의의를 지니죠. 정착과 농경 생활로 극적인 변화를 겪은 인류에게 도시의 건설은 그 변화에 새로움을 더하고 그 변화에 가속력을 주는 동력으로 작용하였습니다. 수많은 인간이 모인 집합체이자 다양한 인간이 연출하는 공동체이자, 그 속에서 얽히고설킨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공간이 곧 도시입니다.
도시(City)
수많은 인간의 교류와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장소
고대의 여건을 따진다면 몇 천에서 몇 만 명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공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물을 구할 수 있고, 곡식을 재배할 수 있으며, 많은 이들이 거주할 수 있는 장소여야 합니다. 여기에 방어하기에도 좋은 환경이라면 최고의 여건이겠죠. 이런 요건으로 인해 도시는 대체로 각종 자원이 풍부한 호숫가나 강기슭에 세워졌습니다. 기원 전 3000년을 전후로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더스, 황하 지역에 문명이 등장한 것도 마찬가지죠.
인구가 증가하고 식량이 증대하자 상공업이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잉여 농산물을 판매하고 필요한 원자재와 귀금속을 구매하였고 상인도 출현하였습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수량을 표시하고 기록을 보존하는 진흙서판이 등장하거나 고유한 문장을 찍는 토제 인장도 제작되었죠. 초기 문자의 등장과 함께 관개 및 치수 체제처럼 천문학 및 수학과 같은 초기 형태의 학문도 등장했습니다. 자신들의 권위나 자비 또는 지혜를 널리 알리기 위해 거대한 기념물을 세우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고요
이처럼 서로 간에 사회적 차별이 발생하고, 다른 인간 집단 간에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며, 같은 집단 내에 가치가 공유되거나 종교를 숭배하는 현상이 인류에게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러한 지적, 물적 혁명을 통틀어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부릅니다. 인류는 스스로의 힘으로 건설한 '도시'라는 공간에 안착하면서 비로소 인간에 의한 세계, 즉 문명의 시대로 접어드는 전환기를 맞이할 수 있었죠. 문명이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이고, 쉽게 말해 인간의 손을 거쳐 재탄생된 문물들을 가리킵니다.
도시(City)
자연의 질서가 아닌 인간의 질서가 통용되는 공간
인류는 거대한 인간 집단이 모인 '도시'라는 공간에서 인간이 모인 '사회'라는 공동체를 이루었고, 이 공동체를 운영하기 위한 '약속'을 만들어 냈습니다. 인간이 모여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 모여서 살아가기 때문에 다양한 갈등이 빚어지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들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제도, 관습, 종교, 도덕, 사상, 문화 등이 모두 문명에 해당하는 것들입니다. 이렇게 인류는 자연의 질서를 너머 인간의 질서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습니다.
문명화된 사회를 떠올리면 먼저 수많은 사람과 복잡한 도시가 떠오릅니다. 실제 '문명(文明)'이라는 단어인 '시빌리제이션(civilization)은 라틴어의 '키비스(civis, 시민)'와 '키빌리타스(civilitas, 도시)'에서 유래되었는데, 말듯에서 알 수 있듯 '도시'라는 장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 [세계사, 왜?] 중에서
*블로그 바스락(홈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