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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Apr 02. 2017

#34 그 놈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와 중동

인간 확장의 시간<6>

*오늘의 이야기

티그리스 강과 유르라테스 강 사이의 비옥한 농지가 초승달 모양이라고 이름 붙여진 '비옥한 초승달 지대'. 역사 시간에 한 번쯤 들어봤던 이야기일 겁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왜 이곳에 대해 알고 있는지 또는 알고 있어야 하는지 의아하죠. 티그리스 강도 생소하고 유르라테스 강도 생소한데, 초승달 지대가 비옥해서 어쩌란 말인가. 그 지역이 어느 곳에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데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불분명합니다. 영어공부 십 년 해도 말 한 마디 못할 때의 그 느낌이죠.

메소포타미아
오랜 역사와 수많은 문명의 요람

그 놈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는 4대 문명의 하나인 메소포타미아를 가리킵니다. 그리스어로 '메소포타미아'라는 말은 '두 강 사이의'라는 뜻으로 현재의 이란 지역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두 강 사이에 있는 지역뿐만 아니라 이 지역과 관련된 오래된 역사와 수많은 고대 문명을 가리킵니다.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여러 민족들이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둘러싸고 각축전을 벌였죠. 수메르, 아시리아, 바빌로니아, 히타이트 등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고대 문명들이 이곳을 터전으로 나고 자라나 사라졌습니다.


기원전 5세기 경엔 다리우스 왕의 페르시아가 거대한 제국을 이루어 지중해 옆 동네인 그리스 도시 국가들을 위협하는가 하면, 기원전 4세기 경엔 그리스의 작은 도시 국가인 마케도니아의 왕이 이 일대를 장악하여 인도에까지 세력을 떨쳤던 헬레니즘 시대도 있었죠. 알렉산드로스 사후에 메소포타미아 지역엔 셀로우코스 왕국이 들어섰고, 이후엔 파르티안 제국이, 그 다음엔 사산조 페르시아가 들어섰죠. 이 두 왕조는 로마 및 동로마와 끊임없는 전쟁을 벌여가며 그곳을 지배해 왔죠.


이윽고 7세기 초, 무함마드라는 선지자가 나타나 이슬람교를 창시합니다. 이후 이슬람교는 아라비아 반도를 비롯한 메소포타미아 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종국에는 종교 지도자인 칼리프가 정치 지도자를 겸하는 이슬람 제국으로 번창하였습니다. 지중해를 둘러싼 유럽 남부와 아프리카 북부는 물론이고 비단길을 둘러싼 중앙 아시아 지역에까지 이를 정도로 기세를 떨쳤죠. 그런 만큼 다른 문명과 긴밀한 교류를 이어오기도 했고, 기독교 제국인 유럽과 숱한 마찰과 격렬한 전쟁을 겪어 오기도 했죠.

메소포타미아에서 중동으로
오늘날 국제 사회의 주요 분쟁지역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국가들과 민족들은 그들 나름의 정체성을 지닌 채 오늘에 이르러, 우리가 살아가는 '극동'과 대비하여 '중동'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터키, 이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그 주요 국가입니다. 동쪽으로는 아프가니스탄 서쪽으로는 이집트를 포함한 북아프리카 지역을 아우릅니다. 대개는 이슬람 및 아랍 문화권과 겹치는 곳이지만 유대교가 국교인 이스라엘이 속해 있고, 같은 이슬람 국가라 하더라도 수니파와 시파아의 갈등이 존재하죠.


*문제의식

산유국이 집중되어 있는 이곳은 20세기 내내 자원외교를 통해 그들만의 왕국을 이루어 왔고,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들의 끊임없는 이권 개입이 있었던 지역이기도 합니다. 국가 간의 전쟁이나 해적의 출현으로 무력 충돌이 빈번하게 일어나 세계 경제에 위협이 되기도 하였고, 자국 내 정치적 혼란과 IS와 같은 테러 세력의 등장으로 난민이 발생하는 등 국제 사회를 요동치게 하는 전략 지역이기도 하죠. 이것이 '그 놈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죠.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이처럼 국제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중요한 곳이지만 낯설게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는 외교적으로 미국에 너무 의존해 있거나 국제사회에 대한 미국의 시각을 좇으면서 비롯된 일입니다. 하지만 중동은 석유가 생산되는 곳이자 이슬람 사회의 근거지로서 전략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지역입니다. 1970~1980년대에 걸쳐 일어난 중동의 건설 붐과 최근의 한류 바람으로 인해 좀 더 가까워지긴 했지만 더 적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국제관계를 바라보는 우리만의 시각을 갖추어야 할 때가 된 것이죠.
- <세계사, 왜?> 중에서

by 김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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