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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Mar 01. 2020

(갤러리 @t바솔) 김수지_한국민속화

내가 만난 아티스트

이 글은 직접 의뢰를 받아 작가 김수지와 그녀의 작품 세계에 대해 쓴 글로, 인터뷰를 통한 내용과 작품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하였다. 영상도 함께 만들었다. 가능하다면 큰 화면으로 보는 것이 작품의 감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예술플랫폼 <아트렉처> 연재 중인 글이다.

시작은 한지 공예였다. 예술가의 길에 들어선 지 이제 20년, 민화, 도자기, 공예에 이르기까지 작가 김수지의 예술 세계는 한지 공예를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평생 한 영역을 지속적으로 탐구하는 예술가에게 그것이 매너리즘을 낳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낳듯 다방면에 걸친 예술 작업은 어느 하나도 제대로 이루어내지 못할지 모른다는 걱정을 안긴다. 그럼에도 그녀는 결코 어느 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하고 어느 한 곳에 멈추려 하지 않는다. 한국민속 화가 김수지를 소개한다.


작가 김수지가 다른 한국민속 화가와 다른 점은 한국 전통 민화의 맥을 이으면서도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는 데 있다. 대표작인 <일월오봉도>를 살펴보자. <일월오봉도>는 조선시대 임금의 병풍으로 쓰이던 그림으로, 왕의 권위와 존엄을 상징하는 동시에 왕조가 영구히 지속되리라는 뜻이 담겨있다. 궁중예술의 하나인 만큼 그림의 구성이나 색채, 사물의 모양 등에 있어 그리는 기준이나 방식이 엄격하게 지정되어 있다. 그녀는 이런 틀에서 벗어나 색채와 문양에 변화를 주어 <일월오봉도>를 새롭게 탄생시켰다.

<일월오봉도> (1320x1650mm, 순지에 채색, 모노컬렉션 일부)
세상은 빠르게 돌아간다. 그래서 놓치고 지나가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에 비해 더딘 나의 작업들은 조급함마저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인고의 과정이다. 천천히 가도 나쁘지 않다. 더 많이 담을 수 있고, 보지 못 한 것들을 볼 수 있는 안목이 동행한다. 바쁜 현대인에게 노작이 주는 즐거움과 무미건조한 삶에 감성을 자극하고 싶다. 한국문화의 전통이 곧 민족의 문화적 정체성이고, 이러한 정체성은 한류의 원동력이며, 전통을 잇는 작가로서 사명감이기도 하다. - 김수지
<십장생도> (490mmX1900mmX10ea, 순지에 채색, 모노컬렉션 일부)

특히 주목할 부분은 민화를 그리는 한지이다. 캔버스 대신 한지에 그리는 한국화의 특성상 한지가 갖는 재질은 매우 중요하다. 작가 김수지는 한지의 질감에 한지공예를 통해 얻은 질감 하나를 더 추가한다. 캔버스에 바탕색을 칠하듯 밑작업을 통해 한지에 자기만의 무늬를 새겨 넣는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그린 그림을 일일이 잘라 붙이는 작업을 통해 그녀의 민화는 질감을 넘어 양감을 갖는다. 그래서 관람하는 입장에 서면 그림에 눈이 가는 만큼 손이 가기 마련이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가 한국 민화에서는 아직은 낯선 풍경이다. 하지만 ‘민화’라는 말 자체에 이미 ‘대중적’이란 의미가 담겨있지 않은가. 전통은 전통대로 전통의 재해석은 재해석재로 이루어져야 문화는 발전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고전 소설이나 음악을 좋아하고 그것이 여전히 좋은 영향을 끼치는 한편엔, 이러한 고전을 넘어서고 이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감각과 영감을 얻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작가 김수지의 작품 또한 이런 선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얼마나 더 밀도있게 지속적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느냐가 그녀에게 주어진 과제일 것이다.

<책가도> (420x500mmx3ea, 순지에 채색, 헬로키티 콜라보, N서울타워 소장)
한지작업이나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풀칠하여 초배를 치고, 색한지를 바르고, 문양을 오려서 붙이고, 마무리 하는 과정과 선묘를 하고 바탕색을 입히고, 1차색, 2차색, 색을 올리는 과정이 한지공예 과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모든 맥락이 '겹'으로 상통하며, 염원과 소망을 담아 운을 담아내는 벽사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 김수지
<금옥만당> (455x380mm, 순지에 채색)

최근 몰두하는 작업 ‘꼰(KKorn)’ 시리즈는 아이스크림콘을 한국화의 형태와 문양으로 해석하는 회화이다. 꼰 시리즈의 아이스크림은 민속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요소들로 구성했고, 콘에는 한국 전통의 문양을 새겨 넣었다. 여기엔 전통이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대에 되살아나기를 바라는 의도가 담겨있다. 게다가 주변에서 가장 쉽게, 그리고 가장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아이스크림’을 매개로 하였다는 점에서 김수지 작가의 이번 작업은 한국 전통 민속화에 대중성과 현대성을 불어넣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KKorn 시리즈는 앤디 워홀의 작품들(<마릴린 먼로>나 <캠벨 수프 캔>과 같은)을 연상케 한다. 대중의 아이콘, 작품의 반복성, 그러면서도 개성을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 본질에서는 한국민속화를 그 겉면은 현대의 옷을 입었다. 어떤 토핑을 얹느냐에 따라 아이스크림 맛은 달라지듯 말이다. 더욱이 이 아이스크림콘 시리즈를 ‘꼰’으로 명명한 그녀의 재치가 돋보인다. 그저 ‘CORN’이고 싶지 않은 아이스크림의 몸부림이 ‘KKorn’으로 되살아날 수 있었다. 이러한 팝아트의 요소들이 전통 민속화와 어울리며 그야말로 전통을 ‘제대로’ 계승하고 있다.

<好世/꽃 접시> (200x200mm, mixmedia)
‘KKorn’ 시리즈는 전통이 멀게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디저트처럼 가까이에 있는 전통을 담고자 하였다. 전통이라 것이 박물관에만 있는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라 밥을 먹은 후에 찾는 후식처럼 우리 가까이에 있는 것이라고 전하고 싶었다. 아이스크림의 콘은 색한지를 이중으로 배접하여, 전통문양으로 오렸으며, 민화 적인 소재인 모란, 연꽃, 동백 등의 소재를 담아 한국의 미를 표현한 작업이다. - 김수지
<KKORN 동백> (160x273mm, 순지에 채색)

이런 의미에서 작가 김수지를 ‘팝꼬니스트(POPKKORNIST)’로 부르고 싶다. 팝아트(POPART)+한국화(KOREA)+꼰(KKORN) 시리즈의 결합이다. 한국적 팝아트의 시작이라고 할까. 전혀 대중적이지 않았던 전통 한국 민속화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점에서 붙여본 이름이다. (그녀와 비슷한 작품 방향성을 가진 이라면 이렇게 불러도 좋으리라) 작가 김수지의 바람처럼 꼰 시리즈가 전통 한국 민속화를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아이콘으로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앞으로 더 많은 팝꼬니스트가 탄생하길 바라며, 지금까지 전통 한국민속화의 맥을 이어가는 팝꼬니스트 김수지였다.


영상 갤러리 - in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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