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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May 31. 2020

(전시 리뷰) 해체된 풍경_신동원_아트스페이스

시선의 해체, 공간의 해체

예술플랫폼 <아트렉처> 연재 중인 글이다.

1. 전시 리뷰(2019년 6월 신촌 세브란스병원 아트스페이스)

<landscape:  해체된 풍경>이라는 제목은 작가의 작품을 가장 잘 설명하는 텍스트이다. 거꾸로 표현하면 ‘풍경의 해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조금 더 정확하게 기술해 보자면 ‘공간의 해체’이자 ‘시선의 해체’이다. 작가는 일상적으로 바라보는 풍경을 역방향에서 재구성했다. 내가 카페에 있다고 상상해 보자. 카페에 있는 내가 창문 밖으로 바라보는 풍경이 아니라 밖에 서 있는 내가 창문 안으로 들여다보는 카페 안의 풍경. 이것이 작가가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모습이다.


이러한 주제 의식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작가는 ‘공간’과 ‘오브제’를 활용한다. 우선 작가는 네모난 건물과 네모난 창문을 만든다. 이는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공간이기도 하도 작품의 틀이 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네모난 건물과 창문은 단순하지만 공간감을 갖기 위해 약간의 변형을 거치며 2차원적이만 3차원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이러한 틀 위에 작가는 ‘도예’라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도자기로 만든 오브제를 살짝쿵 얹는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바로 이 오브제이다. 이 오브제들은 건물 안쪽 공간을 채우는 사물들이다. 이 사물들을 공간 바깥으로 빼내 바깥에서 바라보는 건물을 다채롭게 꾸민다. 마치 카페 안에서가 아닌 카페 밖에서 카페를 바라보는 것처럼. 또한 작가는 3차원의 사물을 2차원의 평면 형태로 표현하였다. 2차원의 평면 형태인 오브제는 다양한 변형 속에서 기울임을 갖거나 입체감을 가지며 단조로울 수 있는 작품에 리듬감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이 오브제들은 단지 리듬감을 넘어서 작품의 주제를 담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상상해 보자. 내가 사는 공간에서 나는 밥을 먹는다. 그리고 차를 끓이거나 커피를 한 잔 할 것이다. 물론 그 공간은 잠을 자는 공간이기도 하고 일을 하는 공간일 수도 있다. 작가의 오브제를 보다 보면 그는 이 공간을 매우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쩌면 따뜻하길 바라는 것일 수도 있겠지. ‘알콩달콩한 맛’과 ‘아기자기한 맛’이 어울리는 이 오브제에서 작가의 감성을 듬뿍 느낄 수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단지 ‘밖에서 바라본 안’이라는 객관적 공간을 넘어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살아가고 있는’ 또는 ‘내가 살고 싶은’ 그런 주관적 공간을 빚어내고 있다.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과 나의 손때 묻은 물건들. 그런 의미에서 ‘해체된 풍경’은 나의 일상을 다른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 이 전시를 통해 작가가 어떻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한편으로 작품을 관람하는 관람객은 자신의 공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나아가 자신의 공간을 어떻게 가꾸어가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세브란스 아트 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는 이 전시는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잠시의 휴식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협소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막상 이 작은 전시실에 들어서면 작품에 집중할 수 있다. 관람객이 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노력한 작가의 애정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역병(코로나)이 돌고 있는 이 시국에 아프지 않은데 병원을 방문하면서까지 전시를 보려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작가의 시선에 공감하고 이를 이해하려 노력해 본다면 좋은 전시로 다가올 것이다.


2. 작품, 해체와 분해

아래를 보면 녹아든 작가의 생각을 더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나의 추측에 기반해 만든 도안이므로 참고바란다.)


1) 을 보면 작가는 공간(건물)을 3차원에서 2차원적으로 표현했다. 이는 작품의 바탕이 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2) 를 보면 작가가 실내의 사물을 공간 바깥으로 꺼내어 오브제 형태로 표현하였다. 이 오브제는 컵, 의자, 다기, 빗자루에 이르기는 생활 속 소품이다. 이 오브제들은 가까이에서 보면 3차원의 입체이나 멀리서 보면 2차원의 평면으로 단조로움을 극복하며 다채로움을 선사한다.


1)과 2)를 통해 작가는 ‘해체된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반복되는 일상 속의 나의 삶을 하나의 풍경으로 재해석해낸다.


3. 언택트 전시회(전시를 영상으로) - in아트

(영상 속 배경음악을 직접 만들어보았다. 음악이라고 할 만큼 대단하진 않지만 혼자 뿌듯해 하는 중이다. **)


예술, 인간 이상을 향한 진격
by 김바솔

엮인글: (음반리뷰) asynk, 그리고 류이치 사카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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