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가 사라진 사회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내가 확고하게 아는 것이 있어, 대도(大道)를 행할 때라도, 그 결과를 두려워할 뿐이다(합당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큰길(大道)은 매우 평탄하지만 백성들은 샛길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조정은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지만, 밭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창고는 텅텅 비어있다. 화려한 의복에 멋진 칼을 차고, 물리도록 먹고 마시며, 재화가 남아도니, 이 어찌 도적의 호사가 아니겠는가. 결코 도라 할 수 없다.
부정부패가 떠오르는 53장이다. 나라가 기울어질수록 부정부패가 심하고, 반대로 부정부패가 심하면 나라가 망할 조짐이 보인다. 이는 어느 시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일종의 진리이다. 후진국으로 갈수록 부정부패는 만연하다. 과거 한국 역시 부정부패가 심했다. 정치를 외면할수록 이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부자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부정적인 방식으로 부를 축적하면 이는 타인에게 큰 피해를 입힌다. 그것이 잘 드러나지 않아 간접적인 피해로 보이나 실제로는 직접적인 피해로 다가온다. 또한 개인의 노력에 부합하는 만큼의 사회적 기대를 바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공정과 상식이 바로잡힌 사회이다.
부정적인 방식이 통하면 누구나 그 방식으로 이익을 보려 한다. 정당한 노력은 평가절하되고, 그런 사회에서 사람들은 노력보다 횡재를 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백성들이 샛길을 좋아한다는 문장이 지닌 의미가 바로 이것이다. ‘샛길’은 불법이자 편법이다. 대도를 행한다고 해서 그에 합당한 기대를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유가 무성의 읍재가 되었다. 공자가 “그곳에 인재가 있더냐?”라고 묻자, 자유가 대답했다. “담대멸명이라는 자가 있는데, 지름길로 가지 않고(잘못된 일을 하지 않고), 공적인 일이 아니면 저의 집을 찾은 적도 없습니다.” -공자, <논어>
논어에서도 샛길은 등장한다. 지름길로 가지 않는다는 것은 항상 공명정대하게 움직인다는 의미이다. 이를 두고 ‘군자는 큰길로 다닌다’는 의미로 이해하기도 한다. 게다가 담대멸멸이란 사람은 공적인 일로만 자신의 집을 찾는다 했다. 바로, 사적인 청탁이나 뇌물 수수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부정부패가 심하면 조정이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다 해도 뒤로는 검은 곤이 오간다. 원래 사기꾼들은 겉은 번지르르하게 꾸민다. 그러니 밭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창고는 텅텅 비어있다. 화려한 의복에 멋진 칼에 재화가 남아도는 이들은 부정부패의 당사자들이다. 한마디로 도둑눔들 천지. 실상은 최악이다.
바탕이 외관에 앞서게 되면 조야하게 되고, 외관이 바탕에 앞서게 되면 같은 번지르르하고 속은 텅 비었으니, 바탕과 외관이 알맞게 조화되어야 비로소 군자라 할 것이다. -공자, <논어>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지름길을 택하거나 샛길로 빠졌을 때 이익을 얻는 이들이 있다. 그것은 더 쉽고 편하고 그 위험도에 비해 더 큰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것은 샛길이자 지름길일
뿐 큰길이 될 수는 없다.
논어에 나오듯 군자가 더 쉽고 빠른 길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사회적 차원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51장에서 보았듯 칸트가 보편의 원칙에 입각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맥락과도 통한다. 어른은 자기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해서도 책임감을 가지는 사람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어른이 될 순 없지만 이것이 정상적으로 간주되어야 사회가 발라질 수 있다. 그것이 곧 도를 따르는 일이다.
* 노자 도덕경 1-30장은 아래에서
https://brunch.co.kr/brunchbook/taoteching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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