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름과 기이함과 무사함으로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올바름(정의)로 나라를 다스리고, 기이함(뛰어남)으로 군대를 부리며, 항상 무사함(無事, 공공을 위한 일 / 불간섭)으로 세상을 다스려야 한다.
그러하다는 것을 내가 무엇으로 알 수 있겠는가. 바로 이것에 있다.
세상에 꺼리고 피하는 것이 많을수록 백성들은 더욱 가난해지고, 백성들에게 이로운 물건이 많을수록 나라는 더욱 혼란스러워질 뿐이다. 백성들에게 새로운 문물이 많아질수록 이상한 일들이 발생하고, 법령이 복잡할수록 도적은 더욱 많아진다.
나는 무위로 행하니 백성이 저절로 변화되고, 나는 고요함을 좋아하니 백성이 저절로 발라지고, 나는 무사로 이루니 백성이 부유해지며, 나는 욕심이 없으니 백성이 저절로 소박해진다.
노자는 나라를 다스리는 세 가지 방식을 제시한다. 우선 나라를 다스리는 데에는 올바름, 곧 정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이 정의는 나라마다 시대마다 다를 수 있으나 결국 정의 원칙은 다음과 같은 고민으로 시작한다고 본다. ‘모든 이에게 경제와 정치에서 자유와 평등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대 국가에서 자유란 소수 왕족과 귀족이나 누리던 것이었고, 평등이란 말은 애초에 할 수 없는 말이었다. 자유권, 평등권, 참정권, 청구권, 사회권과 같이 오늘날 헌법으로 보장하은 기본권은 17, 18 세기를 지나며 자리잡은 가치들이다. 인권이 없던 시절에 찾아볼 수 있는 정의란, 첫째, 백성들 좀 그만 괴롭히고, 덜 빼앗으며, 자기 생활에 충실하며, 넉넉하진 않아도 배곯지 않는 일이라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세상에 꺼리고 피하는 것이 많을수록 백성들은 더욱 가난해지고, 백성들에게 이로운 물건이 많을수록 나라는 더욱 혼란스러워질 뿐이라 보았다. 세상에 꺼리고 피할 일은 왕족이나 귀족들이 백성을 노예로 삼는 일이다. 자유를 빼앗는 일. 그리고 전쟁에 군인으로 동원하는 일이다. 이것 역시 자유를 빼앗는 일. 애초에 평등이 없다. 누구에게나 자유가 있다는 그 평등.
다음으로 군대를 부리는 일을 언급한다. 기이함, 다시 말해, 군대를 이끄는 이가 신통방통한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과거의 군대는 장수 한 사람의 힘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칼과 화살 또는 말에 의존했던 당시 무기는 사람의 기술과 힘 그리고 지략에 따라 천차만별한 결과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전쟁을 덜하는 일이고 피하는 일이다. 싸우지 않고도 승리해야 진정한 승리이다. 그래야 피해가 없다. 전쟁을 시작하면 사람이 죽어 나가고 사람이 살던 곳은 폐허가 된다. 노자는 계속해서 전쟁에 반대한다. 전쟁에서의 승자나 패자는 전쟁을 일으킨 정치인에게나 중요한 일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사이다. 48장에서 등장하는 무사는 공공을 위한 일, 모두에게 꼭 필요한 일을 가리킨다. 현재의 개념으로는 처음에 언급했던 인간으로서 살아가야 할,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권리, 곧 기본권이다. 하지만 노자 당시에 그런 기본권은 존재조차 하지 않았으므로, 그것은 곧 앞에서 말했듯 백성들이 밥먹고 등따시도록 하고 일상을 편히 살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그래서 무사란 불간섭이라 볼 수 있다. 백성들에게 새로운 문물이 많아질수록 이상한 일들이 발생하고, 법령이 복잡할수록 도적은 더욱 많아진다는 것은 이러한 것들이 백성을 유혹하고 옥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노자는 불필요한 일을 덜어내고 덜어내어 가장 필요한 것만, 가장 중요한 것만 남겨야 한다고 보았다. 그것이 곧 3장에서 말한 뼈를 위하고 배를 위한 일이다.
아마도 노자는 자기가 그런 지도자임을 당당하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나’는 무위로 행하고, 고요함을 좋아히며, 무사로 이루고 욕심이 없다. 올비른 견해를 가진 사람이니 올바른 일만 행하고, 백성들은 그런 사람을 따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백성을 결코 괴롭히지 않고, 백성들이 스스로 알아서 했다고 믿게 만든다.
17장에서 보았듯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있는듯없는듯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다. 그리하여 그런 지도자는 백성들이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든다. 일종의 출사표! 그것이 그들에게 부와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곧 고대 사회의 자유이자 평등이자, 기본권이다.
*노자 도덕경 1-30장은 아래에서
https://brunch.co.kr/brunchbook/taoteching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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