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를 깊게 하고 기초를 튼튼히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사람을 다스리고 하늘을 섬기는 데 있어, 검약이 최선이다. 오직 검약해야 앞서 도를 좇을 수 있다. 앞서 도를 좇는 것을 일러, 두툼하게 덕을 쌓는다 말한다.
두툼하게 덕을 쌓으면 무슨 일이든 술술 풀리고, 무슨 일이든 술술 풀리니 그 한계가 있겠는가. 그 한계를 알 수 없어야 나라를 세울 수 있다. 나라의 근본(母)을 지킬 수 있다면 영원할 수 있다. 이를 일러 뿌리를 깊게 하고 기초를 튼튼히 한다 말하니, 오래 살아남고 멀리 내다보는 도라 말한다.
7장을 재서술한 느낌의 59장이다. 노자는 하늘은 장대하고 땅은 영구한데,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자기자신을 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보았다. 한 개인의 뜻이 하늘에 닿는 일, 다시 말해, 모든 것에 걸림이 없고, 모두를 위한 일에 헌신하는 마음으로 행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자기자신을 위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사사로움이 없는 것을 일러 ‘검약’으로 보았다. ‘검약’이란 낭비하지 않고 아낀다는 뜻으로, 인색하다는 의미보다는 함부로 쓰지 않고 합리적으로 사용하며 잘 보전한다는 의미이다. 그렇기에 이는 도를 좇는 일이요, 덕을 쌓는 일이다. 앞서 쫓고, 거듭 쌓으니 이보다 더 큰 헌신과 공헌이 어디에 있겠는가.
정치인은 누구나 ‘국민을 위한다’ 말하지만 실제로 국민을 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정치 지도자는 아무나 될 수 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누구나 가능하다. 그렇기에 진짜 정치인은 자기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 않고, 모든 사람의 입장에 서서, 가장 최선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결단하며 그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오늘날에도 다르지 않지만 500년에 이르는 조선왕조 시대에도 정치가 늘 문제였다. 조선 왕조의 역대 왕후들의 신주를 모신 ‘종묘’와 토지의 신과 곡식의 신을 위한 제단인 ‘사직’을 지켜야 한다며 떠드는 많은 정치인들도 실제로는 온갖 비리와 부종부패로 사리사욕을 채운 사람들이었다. 나라 걱정하는 이들은 대개 정치판에서 쫓겨나는 법.
정약용도 마찬가지였다. 올바르고 올곧으면 귀향길에 오르는 아이러니. 58장에서 보았듯이 진정한 성인은 간신배 무리들도 못 덤빌 정도의 내공이 있다지만, 현실에서 그런 내공을 찾아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좀만 잘나면 끌어내리기 바쁘고 좀만 올라가면 바짓가랭이를 붙잡고 늘어지는 게 사람 마음이다. 그걸 다 이겨내고 떳떳이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굴욕적인가.
공직자를 위한 지침서의 고전, 정약용의 <목민심서>로 오늘의 연재를 마무리한다.
•수령 노릇을 잘하려는 자는 반드시 자애로워야 하고, 자애로워지려는 자는 반드시 청렴해야 하고, 청렴하려는 자는 반드시 검약해야 한다. 씀씀이를 절약하는 것은 수령의 제일 중요한 임무이다.
배우지 못하고 무식한 자는 겨우 한 고을을 얻으면 교만방자해지고 사치하여 절제할 줄 모르고 손닿는 대로 함부로 써버려서 부채가 많아진다. 부채가 많아지면 그 형세상 반드시 탐욕을 부리게 되며, 탐욕을 부리자면 아전과 더불어 일을 꾸미게 되고, 아전과 더불어 일을 꾸미면 그 이득을 나누어야 하며, 그 이득을 나누고자 하면 백성의 기름과 피를 짜내야 한다. 그러므로 씀씀이를 절약하는 것은 백성을 사랑하는 데 있어서 가장 먼저 힘써야 할 일이다.
•절약만 하고 쓰지 않으면 친척이 멀어진다. 기꺼이 베푸는 것은 덕을 심는 근본이다.연못에 물이 고여 있는 것은 장차 흘러내려서 만물을 적셔주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절약하는 사람은 능히 베풀 수 있고, 절약하지 못하는 사람은 베풀지 못하게 마련이다. 기생을 불러 가야금을 타고 피리 불게 하며, 비단옷을 입고 높은 말에 좋은 안장을 쓰며, 상관에게 아첨하고 권세 있는 자들에게 뇌물로 바치는 돈이 하루에도 수만 전을 넘고 1년에 소비하는 돈이 억만 전이 된다. 이러고서 어떻게 친척들에게 베풀 수 있겠는가?
아껴 쓰는 것은 베푸는 근본이다. 내가 귀양살이하면서 수령들을 보면, 나를 동정하고 도움을 주는 자는 옷차림이 으레 검소했고, 나를 돌아보지 않는 자는 화려한 옷을 입고 얼굴에 기름기가 돌며 음탕한 짓을 즐겨했다.
-<목민심서>
*노자 도덕경 1-30장은 아래에서
https://brunch.co.kr/brunchbook/taoteching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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