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하게 살아가기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무위(無爲)로 행하고, 무사(無事)로 이루며, 무미(無味)로 맛본다. 크고 작고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원한을 덕으로 갚는다. 쉬운 것에서 어려운 것을 도모하고, 작은 것에서 큰 것을 시작한다. 세상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것에서 시작하고, 세상의 큰 일은 작은 일에서 시작한다.
그리하여 성인은 끝날 때까지 크게 하려하지 않기에 큰 것을 이룰 수 있다. 가볍게 입을 놀리면 신뢰는 옅어지고, 쉽게 여기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어려운 것들이 늘어나니, 그리하여 성인은 매사 어려운 것처럼 대하니, (무언가) 끝날 때까지 무난(어려움이 없다)할 수 있다.
뭐라 해야 할까. 부모님의 잔소리 같은 느낌이랄까. 서두르지 마라, 천천히 해라, 너무 큰 욕심 내지 마라, 서서히 이루어 가라. 그렇다. 인생에서 마음대로 되는 건 없다. 그래서 마음을 비운다. 내 마음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기에. 하지만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는 것은 내 의지로 가능하다. 나를 일으켜 세우는 건 나 자신이기에.
시작이 반이라지만 큰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꿈이 크다고 그것이 당장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초부터 단단히 아주 작은 것도 가벼이 여기지 말고 차근차근 배워 나가야 한다. 성공한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기본기이고, 그 기본기는 매일매일 꾸준히 하는 데에서 다져지기 마련이다.
가볍게 입을 놀리면 신뢰는 옅어지고, 쉽게 여기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어려운 것들이 늘어난다. 작은 성공에 자만해서도 안 되고 하찮게 여겨서도 안 된다. 작은 물줄기가 모이고 모여 큰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루듯 아주 작은 성공이 모이고 모여 큰 성공을 이루기 때문이다. 41장에서 노자는 큰 그릇은 서서히 이루어진다 말했다.
무위는 ‘무리 없이’로, 무사는 ‘공공을 위한 일’ 또는 ‘불간섭’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무미는 ‘맛이 없음’ 또는 ‘담박한 맛’을 가리킨다. 자극을 멀리하고 담박함을 중요시하는 노자의 생각이 그대로 담겨있다. 63장은 지금까지 말해왔던 노자의 생각을 조금 쉽게, 일상 생활에 맞추어 풀이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한편, 크고 작고 많고 적음과 관계없이 원한을 덕으로 갚는다는 말은 진정 인생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이들만 가능한 일이 아닐까. 62장에서 노자는 선하지 않은 이들이라고 어찌 내치겠냐며 감싸안으라 하고, 이번에는 원한마저 덕으로 갚으라 말힌다. 어렵고 또 어렵다.
또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마태복음
불교에는 업이라는 것이 있다. 인간의 생각과 행동이 만든 인연들이다. 좋은 생각과 행동은 좋은 인연을 만들고 나쁜 생각과 행동은 나쁜 인연을 만든다. 그렇지만 부처는 좋고 나쁨을 다 떠나 인연 자체를 짓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좋은 인연마저 왜 짓지 말라 했을까. 그래야 또다른 생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인연이 사라져야 다시 존재하는 일도 없을 테니. 삶이 곧 고통이라면 말이다. ‘무소유’로 유명했던 법정 스님 역시 말빚을 짓고 싶지 않다며 자신의 책을 모두 없애라 말했다. 좋든 아니든 아주 작은 인연이 가져올 결과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에.
모두가 법정 스님과 같은 수행자가 될 수 없고, 그와 같이 엄격하게 살아가기도 어려운 것이 세속의 삶이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어려운 듯이 살아가라 말한 노자의 말에 귀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조심스레 무리없이 억지스럽지 않게 삶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는 것이 삶을 평이하고 순탄하게 만드는 길일 수 있다. 늘 좋을 순 없지만.
그렇게 무난하게 살아가기.
동양철학의 정석이자 삶의 처세술이 된 방식.
*노자 도덕경 1-30장은 아래에서
https://brunch.co.kr/brunchbook/taoteching
*노자 도덕경 31-60장은 아래에서
https://brunch.co.kr/brunchbook/taoteching0
*관련 도서(내 책)
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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