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하든 그렇지 않든
원문은 생략했다. 한글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괄호 안의 부연 설명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었다.
도란 만물의 은신처이니 선한 이들의 보배이자 불선한 이들의 보호막이다. 선한 말은 가치가 있고 선한 행동은 (가치를) 더하지만, 사람이 선하지 않다 해서 어찌 내치겠는가.
그리하여 천자를 세우고 삼공(三公, 행정, 감찰, 군사를 담당하는 최고위직)도열하여, 비록 큰 옥을 끼고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를 앞세우더라도, 앉아서 이 도에 나아가는 것만 못하다. 옛날에 이 도를 귀하게 여긴 까닭이 무엇인가. “이것(道)으로 얻고, 죄가 있으면 그것(道)으로 사면된다” 말하지 않았던가. 그리하여 세상의 귀함이 될 수 있다.
껴안음. 어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행동이자 반대로 껴안을 수 있어야 어른이라 할 수 있다. 중대한 범죄가 아니라면 선하지 않다고 어찌 내칠 수 있겠는가. 마치 간음하다 잡힌 여인을 두고 “죄 없는 자, 저 여인을 돌로 쳐라” 말했던 예수의 말이 생각나는 구절이기도 하다. 노자는 껴안는 것, 다시 말해, 포용을 중요시한다.
껴안는다는 말은 누구에게나 무엇에게나 열려있다는 의미이다. 열려있다는 말은 좋아보이는 말이나, 실제 열려있다는 것은 좋은 것도 싫은 것도 그저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열려 있기에. 열려 있는데 어떻게 가려 받겠는가? 때론 욕받이가 되어서 아무 욕이든 받아들이고, 때론 개소리임에도 개소리여서 그냥 받아들이고, 뻔히 알면서도 속아주기도 한다. 어렵지만 그것이 어른의 자세이기도 하다.
노자의 포용은 흔히 ‘관용’으로 해석되는 프랑스의 똘레랑스와도 통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자유를 인정하고 이를 존중하는 자세이다. 각자가 지닌 차이를 차별이나 억압 또는 배제의 근거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가치이기도 하다. 물론 현재의 프랑스가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거나 엄격히 지켜지는 사회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런 가치가 있다는 것과 없다는 것엔 큰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안녕하세요. 2024년 한 해 동안 노자 도덕경 번역 및 해설 연재를 했습니다. 연재하는 동안 관심을 가져주시고 저의 글을 좋아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또 다른 글로 다시 뵙겠습니다. 브런치 뽀시락에 연재한 내용은 본문과 해설 일부를 남기고, 나머지 글들은 저의 개인 블로그인 ‘바스락’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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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세종도서 선정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믹스커피)
살림지식총서591 <도가>(살림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