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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Jun 09. 2016

자본주의 체제, 도덕은 가능할까?

도덕은 가능하나 도덕을 주장하기는 어려운 시대에 부침

* 생각 좀 하고 살자는 마음으로 쓰는 철학 매거진


자본주의 체제는 기본적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이윤을 남겨 이것으로 물질적 부를 축적하는 작동 원리를 따릅니다. '어떤 방식'이란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쏟는 노동이거나, 사업에 자본을 쏟아붓는 투자이거나, 시세차를 노리는 투기와 같은 방식들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방식들을 통해 '이윤의 추구'를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체제가 바로 자본주의이죠. 더 많은 이윤을 남기고 그 이윤을 재투자하여 또다른 이윤을 추구하는 방식에 의해 자본주의 체제가 유지됩니다.

'이윤 추구는 정당하다'
그것이 자본주의의 본질이므로

'돈'이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는 시대입니다. 왠만한 중소 국가보다도 더 큰 대기업이 등장하고 이러한 기업에 투자하여 막대한 이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존재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이 가지는 힘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자본의 가치가 인간의 가치를 넘어서고 있죠. 원론적으로 자본주의 체제 자체는 도덕적일 수 없습니다. 자본주의 자체는 도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이죠. '이윤을 남기는 이론적 체계'가 어떻게 '도덕을 이루는 이론적 체계'와 양립할 수 있을까요.


역사적으로 자본주의 체제는 도덕을 요구했던 사람들에 의해 더 인간적으로 바뀌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확히는 자본주의 체제가 바뀐 게 아니라 이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이 바뀌어 왔죠. 자본주의 체제에 따른 문제점들을 소거하고 해결해 왔던 것이지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잘 작동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자본주의를 발달시켜 왔으니까요. 자본주의 체제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현재로선 이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은 없습니다.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도덕적일 순 없어
도덕은 사회적으로 요청하고 요구되는 것

도덕은 가능하나, 도덕을 주장하기 어려운 시대. 이것이 현대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 당면한 문제입니다. 비도덕적 자본가에게 '당신은 도덕적으로 나쁜 인간이잖아요!' 라고 당당히 외칠 수 없고, 그렇게 외친다 하더라도 비도덕적 부자가 '그래서 어쩌라고!'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을 낳고 있죠. 내 돈 벌어 내가 쓴다는데 누가 뭐라 할 수 있을까요. 자본주의란 원래 그러한 체제이고 그 속에서 잘 적응한 사람들을 싸잡아 비도덕적 인간으로 몰아부치기도 어렵습니다.


'자본주의 체제, 도덕은 가능할까?' 라는 문제는 도덕이 불가능한 경제 체제에서 어떻게 도덕을 주장할지에 대한 예비적인 문제제기입니다. 자본주의 사회니까 이렇게 살아야 돼, 자본주의 사회니까 이렇게 되어야 해, 라는 결론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가 본래부터 인간 세상에 존재했다는 생각부터 점검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문제들 중 원래부터 그러했던 것은 없습니다. 조금 더 따져 물어본다면 조금 더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돈만 밝힌다고 욕할 순 없지만
돈만 밝혀서는 안 되는 세상이 되어야

그럼에도 도덕을 요구하고 도덕이 요청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자본주의가 삶의 거의 모든 것을 졀정하는 구조라는 데 있습니다. '사람이 돈만 밝히면 쓰나~' 라는 케케묵은 소리 대신에 '돈만 있음 되지 뭐~' 라는 생각에 누구도 반기를 들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구조적 문제라고 그저 적응하기보다는 왜 이런 세상에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는 것입니다. 고민한다고 답은 나오지 않죠. 그래도 고민하면 더 많은 사람이 납득할 만한 세상은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개처럼 벌어 개처럼 쓴다 해도 제재할 수 없는 세상이니까요.

그러나 개처럼 썼더니 개떼만큼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본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죠.


^엮인 글 : #13 우리에겐 없는 것들

^엮인 글 : [15] 철학은 대체 무엇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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