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by 채과장

나는 고민끝에 다른 것을 하기로 결정했다.


회사에선 엑셀도 꽤 하고, 장표(파워포인트로 만드는 보고서)도 어느 정도 만들 수 있지만, 이 정도 하는 사람들은 다 회사에 있다.

위에 언급한 스킬들만으로는 회사에서는 늘 쫓기는 심정이었고, 뭔가를 더 해내야만 살아날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그 불안감 때문에 실수도 하기도 했고, 실수로 인해 사람들과 멀어지기도 하고, 심지어는 나의 가족과도 멀어질 수도 있다는 걸 느꼈다.


뭔가를 하면서 내가 대체될 수 있다라는 불안감을 주지 않는 작업이 있었을까? ‘내 생각’에는 운좋게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영어’였다.


19살까지 외국인을 만나기 어려운 작은 도시에서 자란 것치고, 공대생 치고, 30살 넘어 외국에서 처음으로 정규 학위과정을 시작한 사람치고 영어를 잘했다.

가장 놀랐던 건 영어 실력이 성장했다라는 점이었다. 영어 공부를 하다보면 몇 번의 벽을 만나게 되는데, 사람에 따라 몇 번의 벽을 넘는 가는 다 다른데, 운 좋게도 난 그 벽을 3번 정도는 넘은 것 같다.


어학연수를 고민하는 사람들, 미국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사람들, 회사 인터뷰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어떤 상황일지, 이렇게 시간을 투자해도 왜 늘지 않을까 고민하는 부분들은 내가 잘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 그런 부분들을 겪었고, 그 벽을 통과했으니까.


영어를 가르치는 것도 할 수 있지만, 나에게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그 외 다른 것도 해줄 수 있다고 믿었다.

‘영어를 잘 하게 되면 나에게 뭐가 좋을까?’ 라는 질문과 함께 영어 공부에 대한 목표를 같이 고민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어플을 통해서 나를 알렸다. 어플로 과연 연락이 올까 생각했는데 정말 연락이 왔다.

회사에서 일했던 오랜 경험을 좋게 봐줘서 Business English를 같이 진행하시는 분들도 생기고, TOEFL 시험 준비를 같이 해주시는 분들도 생겼다.


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은 회사에서 바로 영어를 사용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어떤 식으로 회사 프로세스가 흘러가는지 잘 파악할 수 밖에 없는 전략기획 출신이다 보니 그 분의 최근 팀 상황을 들으면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어떤 대화가 필요할지 잘 도와줄 수 있었다.


하나 둘씩 늘어가는 수업 갯수를 보며, 저러다 어느 회사든 다시 가겠지라고 생각하던 SJ도 생각을 바꿔가기 시작했다.

SJ도 공항에서만 일하다가 반찬가게 하고 있으니, 회사에서 컴퓨터 앞에서 보고서만 만들던 오빠도 다른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회사를 퇴사한 회사원에서, 반찬가게 사장님의 남편인 아저씨에서 새롭게 뭔가를 시작하고 있는 중이다.

이 글을 쓰고 싶었던 건 두 가지 이유였다.


내 인생에서 최근 몇 년동안의 일이 과연 평범한 것인지 짚어보고 싶었다.

대기업의 정규직 일자리, 그냥 영혼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음 어느 정도까지는 계속 있을 수 있는 일자리였다고 생각한다.

40대 중반, 운이 좋으면 후반까지는 다닐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런 일자리를 너무 쉽게 박차고 나온 건 아닌지, 이 정도의 감정적 어려움은 누구에게나 있는 건데 내가 유난을 떤 건 아닌지. 30대 후반에 그렇게 나와야 했는지


2년 남짓한 시간을 지나고 보니 최소 스스로의 답은 찾을 수 있었다. 누가 뭐라 그러던지 나는 당시 회사를 나오지 않으면 힘들 것 같았다. 능력이 없다고 자책하며 그냥 나를 더 못난 인간으로 계속 몰아가고, 다른 누구를 비난만 하고 있었을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고, 여전히 나는 다른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고 싶었다.


그래서 꽤 괜찮았던 그 자리를 떠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다른 이유는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인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

회사 생활을 10년 혹은 10년 넘게 한 사람들이 회사를 나와서 다른 걸 할 수 있을까.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위에서 찾아보기 쉬울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았다. 내 또래의 사람들, 조금 더 나이가 많은 사람들 다 가족이 있고 어떻게든 회사에서 버틸려고 노력하던지, 자기만의 사업을 시작했으면 너무 바빠서 자기의 이야기를 쓰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다. 내가 동년배를 대표할 거라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40살 가까이 되서 뭔가 새롭게 다른 걸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말해보고 싶었다.


새로운 시작 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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