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영화 만들기 2
내가 연출자의 길을 오래전 포기했던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해서이다. 정확히는 할 말이 없어서. 내가 챗GPT의 첫 화면을 봤을 때 이 느낌을 똑같이 받았다. 할 말이 없었다. 대화형 인공지능과의 첫 만남이다.
AI는 우리가 질문하지 않으면 답해주지 않는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알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가장 중요해진 것은 질문하는 힘. 즉 디렉팅 하는 힘이다. 연출을 할 때 항상 어려웠던 지점은 배우들에게 나의 추상적인 감정과 표정을 디렉팅 하는 것이었는데 이때 디렉팅의 시작은 항상 나의 경험과 상대방의 경험이었다. 배우에게 디렉팅을 할 때의 나만의 배경지식이었던 것이다. AI에게 질문하는 것 또한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배경지식에 의해서 우리는 AI에게 질문을 하게 된다. AI는 절대 먼저 정답을 말해주지 않는다.
정보의 바다에서 내가 원하는 정보 잡기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고 하지 않는가. 우리가 원하는 정보는 저 사진 속 바다에 다 들어있다. AI에게 아주 두루뭉술한 질문, 디렉팅을 한다면 정보의 바다에 있는 모든 곳의 물을 다 퍼다 줄지도 모른다. 결국 AI에게 디렉팅을 한다는 것은 내가 원하는 곳에 그물을 던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그물이 커질수록 원하지 않는 정보도 딸려 들어오고 원하지 않는 이미지가 생성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물의 크기와 위치를 점차 좁혀가야 한다. 그러면 그 그물 속에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의 정보가 있을 것이다. 나에게 AI에게 주는 디렉팅 즉 미드저니에서의 프롬프트는 그 그물을 점점 좁혀가며 원하는 이미지를 뽑아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촘촘하고 좁은 그물을 정확한 위치에 던지면 미드저니는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과 비슷한 4개의 선택지를 줄 것이다.
4명이 같은 선택지를 고르기
이러한 내용은 우리가 팀 작업으로 영화를 만드는데 매우 핵심적인 요소였다. 우리 팀은 총 4명이었다. 실사 영화와 다른 지점은 4명이 조금 더 협동하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았을 때 실사 영화 프로덕션과 다르지 않았다.
- 시나리오 작성 (사람)
- 줄콘티 작성 (사람)
- 이미지 생성 (미드저니)
- 동영상 생성 (클링, 런웨이, 할리오)
- 사운드 생성 (일레븐 랩스, 유디오)
- 편집 (사람)
아주 크게 요약하면 이러한 과정이다. 프리프로덕션과 포스트프러뎍션은 사람이 직접 하는 게 효율적이고 퀄리티에 있어서 좋을 것 같았다. 팀원 4명이 모두 실사 영화 경험이 있기 때문에 AI가 짜주는 이야기, 콘티들 보다는 직접 짜는 게 아직까지는 퀄리티가 좋았다. 특히 프리나 포스트 프로덕션은 한 사람이 도맡아서 기획하는 게 가능하고 효율적이었는데 실사영화와 다른 지점은 AI 툴을 사용했던 프로덕션 단계에 많이 있었다. 이 단계에서 특히나 앞서 설명한 '정보의 바다에서 내가 원하는 정보 잡기' 개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각자 한씬씩 맡아서 작업하였고 각자 흩어져서 작업할 때 각자 같은 '기준'을 가지고 비슷한 이미지를 뽑아내려고 노력했다.
다음 글에서는 구체적으로 워크플로우를 설명해 보면서 이러한 개념들을 작업 과정에 어떻게 적용해 나갔는지 설명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