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인(Walk-in)뜻: 누군가의 몸 속에 나도 모르는 다른 영혼이 깃드는 것**
1 스며든 나
나는 들어왔다
아무도 모르게 틈새를 파고들어
너의 시간과 기억을 잠식한다
너는 나를 경계하며
나는 너를 살아간다
거울 속 너는 무심히 나를 응시한다
그 무표정하고 차가운 눈빛 속에서
네가 나를 간신히 견디고 있음을 안다
우리는 서로를 완전히 밀어낼 수도
서로를 설명하고 이해할 수도 없다
2 희미해진 나
어쩌면 나는 지워지고 있다
나에 대해 가장 모르는 건
나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3인칭이 되어간다
거울 속의 나는 이제 나를
타인처럼 낯설게 바라본다
내가 울었던 이유를 알 수 없고
내가 한 말은 허공에 흩어진다
나는 그저 나를 흉내 내는 껍데기
갈수록 점점 흐릿하게 희미해진다
어쩌면 처음부터
'나'라는 건 없었을지도 모른다.
타인이 부르는 이름 뒤에 묻혀
세상이 씌워준 가면 뒤에 숨어
가짜의 나를 진짜라 믿었을 뿐
점점 경계가 지워지는 것일 뿐
3 나는 내가 아니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꿈속을 헤맨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슬픔에 젖는다
나는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누구의 생을 살고 있는가
이 몸은 누구의 것인가
이 영혼은
어느 육신의 그림자인가
나는 또 묻는다
눈을 뜨는 것이 깨어남인가
영원히 감는 것이 깨어남인가
나는 깨어나고 싶다
아니 깨어나야만 한다
잠든 적 없는 잠 속에서
꿈인 줄 몰랐던 꿈에서
나는
나를 살고 있는 타인이다
그리고
그 타인은
'나'라고 불린다
나는 내가 아니다
그 무엇도 아니다
탕진할 것조차 없는
텅 빈 생에 잠시 깃든
나도 모르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