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들이 겪고 있는 정체성 혼란과 위기가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인지, 아니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보편적 현상인지 이해하려면 다른 나라들의 상황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서구 사회는 페미니즘과 성평등 운동이 가장 먼저 시작되고 발달한 지역이므로, 이들의 경험에서 한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서구 사회에서 전통적 남성성에 대한 도전은 1960년대 페미니즘 운동과 함께 본격화되었다. 여성들이 가정에서 벗어나 사회로 진출하면서, 남성의 독점적 영역이었던 직장과 공적 영역에서 경쟁자이자 동료가 되었다. 이는 '남성은 일하고 여성은 집안일을 한다'는 전통적 성역할 분담을 근본적으로 흔들었다.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거치면서 서구의 남성들도 깊은 정체성 위기를 경험했다. 이 시기 미국에서는 '남성성의 위기(Crisis of Masculinity)'라는 표현이 광범위하게 사용되었고, 남성들을 위한 자조 모임이나 상담 프로그램이 확산되었다. 로버트 블라이(Robert Bly)의 『철인존(Iron John)』(1990)같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하지만 서구 사회는 이런 위기를 비교적 건설적으로 극복해나갔다. 무엇보다 '새로운 남성성(New Masculinity)' 담론이 일찍부터 발달했다. 이는 전통적 남성성의 부정적 측면(공격성, 감정 억압, 권위주의 등)은 버리고, 긍정적 측면(책임감, 리더십, 보호 의지 등)은 새로운 방식으로 발휘하자는 접근이었다. 예를 들어, 보호 의지는 물리적 힘을 통한 지배가 아니라 감정적 지지와 배려를 통해 발휘하고, 리더십은 권위적 명령이 아니라 협력적 조정을 통해 실현하자는 식이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서구에서는 남성성의 변화가 페미니즘과 대립적이 아니라 보완적 관계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페미니즘을 남성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있었지만, 점차 페미니즘이 남성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페미니즘이 추구하는 성평등은 남성들도 감정 표현의 자유, 돌봄 역할 참여의 기회, 경쟁 압력으로부터의 해방 등을 가져다준다는 것이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1990년대부터 서구에서는 '참여적 아버지(Involved Father)' 모델이 새로운 남성성의 이상으로 부상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부양만 담당하는 전통적 아버지가 아니라, 자녀 양육에 직접 참여하고 감정적 교감을 나누는 아버지상이었다. 많은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직장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이 중요한 가치로 인식되면서, 남성들도 야근이나 주말 근무보다는 효율성과 생산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감정적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이나 소통 능력 같은 '소프트 스킬'이 남성에게도 중요한 덕목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메트로섹슈얼(Metrosexual)' 같은 새로운 남성성 유형이 등장했다. 이는 외모 관리나 패션에 관심이 많고, 전통적으로 여성적이라고 여겨진 영역에도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남성상이었다. 데이비드 베컴 같은 스포츠 스타들이 이런 새로운 남성성의 아이콘이 되었다.
최근에는 '독성 남성성(Toxic Masculinity)'에 대한 비판과 함께 '건강한 남성성(Healthy Masculinity)'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는 남성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성의 부정적 측면(폭력성, 감정 억압, 지배욕 등)만 걸러내고 긍정적 측면은 새로운 방식으로 발현하자는 접근이다.
하지만 서구에서도 이런 변화가 순조롭게만 진행된 것은 아니다. 일부 남성들 사이에서는 '남성 권리 운동(Men's Rights Movement)'이나 '인셀(Incel)' 같은 반동적 움직임도 나타났다. 이들은 페미니즘이 남성을 역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전통적 남성 특권의 회복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사회 주류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대신 건설적인 남성성 변화를 추구하는 흐름이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한국과 유사한 동아시아 문화권에 속하면서도 한국보다 앞서 경제 발전과 사회 변화를 경험한 국가이므로, 일본의 남성성 변화를 살펴보는 것은 한국 상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참고가 된다. 특히 일본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초식남(草食男子)'이라는 새로운 남성 유형이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이는 1-2장에서 본 한국 젊은 남성들의 모습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점이 많다.
'초식남'이라는 용어는 2006년 일본의 칼럼니스트 후카사와 마키(深澤真紀)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전통적인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육식남'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초식남의 특징은 연애에 소극적이고, 출세욕이 적으며, 물질적 성공보다는 개인적 만족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비싼 차나 브랜드 제품에 관심이 없고, 대신 자신의 취미나 관심사에 집중한다. 또한 여성과의 관계에서도 주도권을 잡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수동적이고 배려적인 태도를 보인다.
초식남 현상의 배경에는 일본의 장기 경기 침체가 있다.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 이후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리는 장기 불황에 빠졌고,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회사원-가장' 모델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 평생고용이 무너지고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젊은 남성들은 기존 세대와 같은 성공 경로를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젊은 남성들은 기존의 경쟁적이고 성취 지향적인 남성성을 포기하고, 대신 개인적 안정과 만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이들은 '승부'보다는 '평화'를, '성공'보다는 '안정'을 선택했다. 이는 한편으로는 스트레스와 압박으로부터의 해방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 동력 상실로도 이어졌다.
초식남과 유사한 또 다른 현상이 '사토리 세대(さとり世代)'다. 이는 2013년경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용어로, 물질적 욕망이 적고 현실에 만족하며, 무리한 도전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세대를 지칭한다. '사토리(さとり)'는 불교에서 '깨달음'을 의미하는데, 이들이 마치 모든 것을 깨달은 것처럼 초연한 태도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토리 세대의 특징은 매우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부모 세대처럼 무리한 투자나 모험을 하지 않고, 대신 확실하고 안전한 것만을 추구한다. 연애나 결혼에 대해서도 매우 신중하며,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는 일들은 피하려 한다. 이들에게는 '꿈'이나 '야망'보다는 '현실'과 '안정'이 더 중요하다.
일본에서 이런 새로운 남성성이 등장한 배경에는 여성의 지위 변화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본 여성들의 교육 수준과 경제력이 향상되면서, 남성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필요가 줄어들었다. 오히려 많은 여성들이 경제적 부담이 되는 결혼을 기피하거나, 남성에게 과도한 기대를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남성들에게도 전통적인 '강한 남성' 역할을 포기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했다.
일본 사회의 반응은 복합적이었다. 일부에서는 젊은 남성들의 '의욕 상실'을 우려하면서, 이들을 다시 적극적으로 만들 방법을 모색했다. 정부와 기업들은 젊은 층의 소비 진작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도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변화를 자연스러운 사회 진화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었다. 특히 학계와 언론에서는 초식남이나 사토리 세대가 오히려 더 성숙하고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시되었다.
최근 일본에서는 이런 변화가 더욱 진전되어, '절식남(絶食男子)'이나 '건어물녀(干物女)' 같은 더욱 극단적인 유형들도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아예 이성에 대한 관심을 끊고 혼자만의 삶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저출산과 고령화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어, 일본 사회에 새로운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일본의 이러한 경험은 한국 사회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 변화가 결합될 때 젊은 남성들의 의식과 행동에 근본적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 선택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으며, 오히려 급변하는 사회 구조에 대한 세대적 적응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새로운 남성성의 등장은 기존 사회 시스템에 근본적 도전을 제기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선제적 사회적 대응 없이는 일본과 같은 구조적 딜레마에 빠질 위험이 크다.
중국은 한국, 일본과 함께 동아시아 유교 문화권에 속하면서도, 사회주의 체제와 급속한 경제 발전이라는 독특한 경험을 가진 국가다. 특히 1978년 개혁개방 이후 40여 년간 중국이 경험한 변화의 속도와 규모는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중국 남성성도 매우 복잡하고 모순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중국 남성성의 가장 큰 특징은 전통 회귀와 서구화가 동시에 나타난다는 점이다. 한편으로는 경제 발전과 함께 서구적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이 확산되면서, 개인주의적이고 자유로운 남성성이 등장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정부의 전통 문화 강조 정책과 함께 유교적 남성성이 재부상하고 있다. 이런 상반된 경향이 중국 남성들에게 복잡한 정체성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경제 발전과 함께 나타난 가장 뚜렷한 변화는 '성공 지향적 남성성'의 강화다. 중국의 젊은 남성들은 한국이나 일본의 초식남과는 달리 여전히 강한 성취 욕구와 경쟁 의식을 보인다. 이들에게 경제적 성공은 단순히 개인적 목표가 아니라, 가족과 사회에 대한 의무이자 남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증명하는 수단이다. 특히 부동산 구매, 고급 자동차 소유, 해외여행 등이 남성의 중요한 지위 상징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런 성취 지향적 남성성은 큰 부작용도 낳고 있다. 무엇보다 극심한 경쟁 압력과 스트레스가 문제다. '996 문화'(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로 대표되는 과도한 업무 강도는 많은 중국 남성들을 정신적, 신체적으로 지치게 만들고 있다. 또한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해 집을 사지 못하는 남성들이 결혼에서 배제되는 '하우스 푸어' 현상도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에서 특히 주목할 현상은 '샤오셴러우(小鲜肉)' 문화의 등장이다. 이는 '작고 신선한 고기'라는 뜻으로, 젊고 예쁘게 생긴 남성 연예인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들은 전통적인 남성적 이미지(근육질, 거친 외모 등)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대신 섬세하고 아름다운 외모, 부드러운 성격, 팬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 등을 특징으로 한다. 이런 새로운 남성성은 특히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샤오셴러우 현상은 중국 여성들의 의식 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제력을 갖춘 중국 여성들이 더 이상 전통적인 '강하고 지배적인' 남성을 원하지 않고, 대신 자신들과 평등하게 소통하고 배려할 수 있는 남성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이는 한국의 '꽃미남' 문화나 일본의 '이케멘' 문화와도 유사한 현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 정부는 이런 '여성적' 남성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남성성의 위기'를 국가적 문제로 인식하고, 학교 교육에서 남학생들의 '남성다움'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체육 교육 강화, 군사 훈련 확대, 전통 무술 교육 등을 통해 '강한 남성'을 기르려 하고 있다.
이런 정부 정책의 배경에는 국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강한 중국 남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다. 특히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서구에 맞설 수 있는 강인한 남성성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 이는 한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중국만의 독특한 접근이다.
또 다른 중국적 특성은 '한 자녀 정책'의 영향이다. 1979년부터 2015년까지 시행된 한 자녀 정책으로 인해, 많은 중국 남성들이 '소황제(小皇帝)' 환경에서 자랐다. 이들은 부모와 조부모의 과도한 관심과 보호 속에서 성장했지만, 동시에 가족의 모든 기대와 압력도 혼자 감당해야 했다. 이런 경험은 중국 남성들에게 매우 독특한 심리적 특성을 부여했다.
중국의 경험에서 한국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경제 발전과 남성성 변화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 성장과 함께 남성성도 다양화되고 복잡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남성성 모델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하지만 동시에 정부나 사회의 의도적 개입이 남성성 변화의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앞에서 살펴본 서구, 일본, 중국의 경험과 비교해볼 때, 한국 남성성 변화의 특수성은 무엇일까? 한국이 다른 나라들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압축 근대화'와 '급속한 젠더 혁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구 사회의 경우 산업화, 민주화, 여성 해방, 개인주의 확산 등이 200여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행되었다. 따라서 각 단계마다 남성성이 적응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고, 사회적 합의를 형성할 기회도 충분했다. 일본의 경우도 메이지 유신 이후 150여 년에 걸친 점진적 변화를 경험했다. 중국 역시 개혁개방 이후 40여 년간의 변화였지만, 강력한 국가 주도로 어느 정도 통제된 변화였다.
반면 한국은 해방 이후 불과 70여 년, 특히 1960년대 이후 60여 년 만에 농업 사회에서 후기 산업 사회로,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전통적 가족 제도에서 개인주의로 급속히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남성성은 충분한 적응 시간 없이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야 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진행된 젠더 혁명의 속도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빨랐다. 여성의 고등교육 진학률이 남성을 추월한 것이 2000년대 초반이고,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급속히 늘어난 것도 비슷한 시기다. 페미니즘 담론이 대중화된 것은 2010년대 중반 이후의 일이다. 불과 20-30년 만에 성별 권력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런 급속한 변화는 한국 남성들에게 매우 독특한 경험을 안겨주었다. 아버지 세대와 아들 세대 사이에 거의 완전히 다른 젠더 규범이 적용되게 된 것이다. 아버지 세대에게는 '강하고 책임감 있는 가장'이 이상적 남성상이었다면, 아들 세대에게는 '평등하고 배려하는 파트너'가 이상적 남성상이 되었다. 이런 급격한 변화는 세대 간 갈등뿐만 아니라 개인 내부의 갈등도 초래했다.
또 다른 한국적 특수성은 '집단주의적 개인화'라는 모순적 현상이다. 서구의 개인주의는 200여 년에 걸친 점진적 발전의 산물로, 개인의 자유와 책임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개인화는 급속히 진행되면서, 개인의 자유는 확대되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사회적 안전망이나 문화적 기반은 부족한 상태다. 그 결과 많은 한국 남성들이 개인으로서는 자유롭지만 동시에 고립감과 불안감을 느끼는 모순적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한국적 특수성이 있다. 서구나 일본의 경우 남성성 위기가 상대적으로 안정된 경제 상황에서 나타났다면, 한국의 경우는 경제적 불안정과 함께 진행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경제적 불안정이 지속되는 가운데 젠더 혁명까지 동시에 진행되어, 한국 남성들의 스트레스와 혼란은 더욱 가중되었다.
교육 시스템의 특수성도 중요하다. 한국의 극도로 경쟁적인 교육 시스템은 남성들에게 강한 성취 지향성을 내재화시켰다. 하지만 동시에 이 시스템은 협력, 소통, 감성적 지능 등 새로운 사회에서 요구되는 능력의 발달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다. 그 결과 많은 한국 남성들이 변화된 사회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나타났다.
가족 제도의 변화도 독특한 양상을 보인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강한 가족 중심 문화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이 급속히 개인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족의 지지와 개인의 자율성을 동시에 보장하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많은 젊은 남성들이 가족으로부터는 독립하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가족의 지원 없이는 독립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져있다.
이런 한국적 특수성들이 결합되어 1-3장에서 본 것과 같은 독특한 남성성 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서구의 점진적 변화나 일본의 소극적 적응, 중국의 국가 주도적 변화와는 다른 한국만의 고유한 현상이다. 따라서 한국 남성성 문제의 해결책도 다른 나라의 경험을 참고하되, 한국적 맥락에 맞는 독창적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