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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입대는 처음이라서

by 고채윤



알람이 울렸고 그날은 나의 마지막 사회에서의 날이었다.


똑같은 아침 똑같은 알람 모든 게 지극히 일상적이고 똑같았지만 하나만 달랐다

입대 D-day였다.


원래부터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주의여서 군대도 최대한 빨리 가려고 해병대에 지원해서 갔다.

20살 5월 입대니 남들보단 좀 빠른 편이긴 하다.


이제 앞으로 첫 휴가 나오기까지는 구경도 못할 집에서의 공기와 부모님의 밥 그리고 반찬 하나하나가 그날은 유독 내 마음속 깊게 파고들었다.

입대는 오후 2시까지였기에 차도 마시면서 가족들과의 시간도 보내고 20대의 큰 변화를 맞이할 준비를 서서히 하고 있었다.


이제 훈련소로 가기 위해 차를 타고 포항으로 향했다.

근데 입대 당일이라 그런지 차들이 좀 많아서 예상보다 늦어지는 것이다.

근데 훈련소인 줄 알고 갔던 곳이 1사단 군부대여서 다시 부랴부랴 주소를 다시치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내가 살면서 중요한 시험이나 오디션에 늦을까 봐 걱정한 적은 있어도 입대에 늦을까 봐 걱정한 적은 처음이었다.


입대 전에 해병대 입대 행사나 절차 같은 걸 몇 개 찾아봤었다.

연병장에 모여 부모님께 큰절 올리고 무서운 소대장님들이 우리를 인솔하는 그런 그림 말이다.

그리고 부모님들이 사라지는 순간 돌변하는 소대장들에 대해 내심 마음의 대비도 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처럼 나만 차에서 내리고 행사 같은 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어쩌면 그래서 더 덤덤하게 입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코로나 시기에 입대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혹시 모를 감염자 걱정 때문에 코를 쑤시는 검사를 정말 많이 한다.

아마 내가 살면서 할 검사는 훈련소에서 다 했을 것이다.


생각보다 우리가 치러야 할 절차들이 많아서 내심 놀라기도 했고

대기시간이 길어서 긴장했던 내 몸은 피곤해져 갔고 정신은 지루해져 갔다.


길었던 기본적인 절차들이 끝나고 우리들은 소대장의 지시에 따라 수료식때까지 지낼 생활관을 배치 받았다.

이제 우리가 지낼 훈련소 생활반을 배정받고 들어갔을 때 나와 같이 머리를 다 깎은 동기들이 있었는데

다들 처음엔 어색해도 한 명이 말을 트기 시작하면 그때부턴 시간문제다.


금방 나이를 묻고 형 동생 친구가 되고

고향부터 학교 등 조금이라도 겹치는 게 있으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아마 극 내향형도 훈련소에 오면 금방 친화력을 기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린 침대형 훈련소가 아닌 옛날 군대나 수련회 가면 볼법한 다 같이 붙어서 자는 생활관을 썼다

자기 전까지 소대장들은 기본적인 모포개는 법 화장실 이용수칙 등 간단한 규칙들을 알려주는데

입대 첫날부터 하나라도 놓칠까봐 다들 눈을 부릅뜨고 배울려고 한다.


그리고 기다리던 저녁 밥을 먹었는데 원래도 내가 뭐든 잘 먹는 성격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군대 밥이 소문에 들리는 것보다 맛있어서 조금 놀랐다.


그렇게 금방 소등시간이 다가왔고 어두운 주황색 취침등에 비친 천장을 보면 눈을 감았다.

그때 내 심정은 “아 이래서 언제 집에 가지.. 큰일 났네” 이 생각뿐이였고

그렇게 사회에 물들여진 나는 군대라는 물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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