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위에 놓인 커다란 못
흔히 유틸리티 나이프하면 우리는 맥가이버 칼이라고 하는 스위스 군용 칼을 떠올린다. 나도 맥가이버 칼을 두 개 갖고 있다. 그런데 캠핑이나 낚시를 가거나 현장에서 일을 할 때 이 맥가이버 칼을 써본 기억이 별로 없다. 현장에선 단순한 기능을 가진 도구가 좋다. 맥가이버 칼에서 필요한 기능이 있는 바(Bar)를 빼고 넣고 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단기능 연장에 비해 무겁기 때문이다. 현장 노동자에게 칼날 하나만 들어있는 유틸리티 나이프가 요긴하게 쓰인다. 유틸리티 나이프는 5 센티미터 정도인 칼날을 바꿔 끼우는 접이식 칼로 작업복 바지 주머니에 넣기 좋은 크기다. 나는 이 유틸리티 나이프를 언제나 갖고 다닌다. 이 칼로 포장지를 뜯고, 줄을 자르고, 매듭을 풀고, 종이나 얇은 재료를 자르거나 곰팡이가 핀 실리콘 띠를 제거한다. 현장에선 맥가이버 칼보다는 이 유틸리티 나이프가 훨씬 유용하다. 덕분에 나의 스위스 군용 칼은 거의 새것처럼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나는 어려서 칼 만들기를 좋아했다. 우리 집 헛간엔 고구마 온상용 비닐하우스를 만들 때 쓰는 굵은 철사가 있었다. 또 커다란 목재를 결합하는 대못도 있었다. 나는 그 철사나 대못을 기차가 다니는 철길에 올려놓았다. 기차 바퀴가 그것을 누르고 지나가면 굵은 철사나 대못은 맥가이버 칼만 한 너비로 납작해졌다. 지금 생각하면 해서는 안될 일이었으나 어린 나이에 철사나 대못을 납작하게 만들 다른 수단이 없어서 그렇게 했다. 이 글을 읽는 누구도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 나는 이 시절에 대한 기억을 아래의 시로 적었다.
철길 위에 놓인 커다란 못
기차 바퀴가 강철못을 납작하게 누르고 지나간다.
아이들은 눌린 못을 숫돌에 갈아 칼을 만든다.
청년이 된 아이들 그 칼 하나씩 품고
열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다.
도시에 정착한 청년들
시골에서 만든 작은 칼로는
세상을 제압할 수 없어
몸과 땀과 정신을 팔아 돈을 벌었다.
돈을 모은 청년들
결혼해서 아내의 조리용 칼을 사주었다.
어린 시절엔 작은 칼 하나로 세상의 악을 제압할 줄 알았지만 그 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세상을 바꾸건 아내의 조리용 칼이었다. 부엌칼로 요리한 음식을 먹고 아이들이 자라나고 내가 먹고살았다.
칼은 다른 모든 도구처럼 양면성을 가진다. 잘 쓰면 세상을 더 좋게 만들고 잘못 쓰면 사람을 해한다. 특히 칼은 그 양면성이 극단적이다. 칼을 다른 연장보다 더 조심해서 잘 써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