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아주 가끔 이런 시기가 있다. 유독 힘든 시기 말이다. 3년 3개월 전쯤, 시우가 한 달 내내 열감기와 심한 구내염을 앓았고, 동시에 나는 곧 5살이 될 아이가 다닐 유치원을 물색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했다. 그 모든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나니 병이 찾아왔다. 이전에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지독한 감기였다. 기침 콧물쯤이야 괜찮지만, 눈이 빠질듯한 고통이 가장 힘들었다. 세상에 이런 감기 증상도 있구나 싶었다.
그리고 요즘 힘들다. 해야 할 공부가 있고, 동시에 부모님이 다시 시작하게 되신 펜션 사업을 도와야 한다. 동시에 부모님과의 갈등, 옆집에 새로 이사 온 사람들과의 갈등, 남편과의 갈등까지 거의 동시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와중에 둘째와 첫째가 연달아 방학을 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고달픈 나날이었다.
이 모든 일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듯싶은 오늘, 나를 돌아보니 병이 하나 도져있다. 대충 10년을 주기로 찾아오는 알레르기다. 온몸이 가렵고 긁으면 긁은 모양대로 붉게 부어오르는 알레르기였는데, 이번엔 양상이 조금 다르다. 밥을 먹으면 피가 돌며 온 몸에 가시가 돋아나는 듯 한 느낌이 든다. 따가운 건지 간지러운 건지 아리송한 자극이다. 두 아이를 챙기며 밥을 먹기 때문에 손이 네 개라도 모자란 상황이라 긁어 보진 못했다.
알레르기는 항상 체력과 정신력이 동시에 바닥났을 때 돋아난다. 18살에 처음 알레르기가 도졌을 때는 너무 당황스러워서 병원 치료를 열심히 받으며 독한 약을 많이 먹었고, 그 부작용으로 머리카락까지 빠졌었다. 그런데 치료를 포기 하자 어느 날 보니 괜찮아져 있었다. 내 안에 어둠이 걷히고 밝음이 찾아오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병이었다.
체력이야 타고나는 게 크다 생각하지만, 정신적으로 힘든 건 나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상황들 모두 나의 부족함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면 그 또한 맞는 말이다. 내가 더 성숙했다면, 정신적으로 힘든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피하거나 막을 수도 있었을 테니까. 예를 들어 괴팍한 직장 상사를 잘 구슬리거나 두리뭉실 피할 줄 안다면 스트레스받아서 병을 앓는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한 해가 또 가고, 이제 내 나이 40이 되었다. 더 이상 젊다고 할 수 없지만 괜찮다. 대신 나의 두 아이들이 너무 예쁘게 커가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힘이 들 때 귀여운 아이들의 사진을 보며 위로를 받고, 지금까진 살아온 모든 과정들 또한 이 아이들을 만나기 위함이었다면 받아들여진다. 또 주변 사람들이 날 힘들게 해도, 나만 아이들을 잘 키우면 된다. 하지만, 내가 정신적으로 수양이 덜 되었다면 그건 문제일 것이다.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간의 갈등들이 겉으로 보긴엔 일단락되었고, 내 마음속 응어리들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다. 펜션 일도 잔잔한 마무리들만 남았다. 그리고 드디어 내일부터는 두 아이가 모두 등원을 한다! 이제 다시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함과 동시에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