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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캐릭터

폭싹 속았수다

by 김연서 Mar 23. 2025



많은 이들의 인생드라마가 될 듯한 '폭싹 속았수다'를 재밌게 보고 있다. 이 작품에 다양한 엄마들의 모습이 나온다. 슬프게도 주인공의 엄마이자 대표 엄마 캐릭터 격인 엄혜란 배우의 엄마는 나의 엄마가 아니다. 내 엄마는 이름만 불러도 눈물부터 나는, 항상 내편이고 쉴 곳이 되어주는 그런 엄마가 아니다. 들 그녀만 등장하면 그렇게 울었다는데 나는 아니었고, 불편한 감정이 올라왔다. 내가 한 방울이라도 눈물을 흘렸다면, 그건 아마 부러움과 슬픔의 눈물이었을 것 같다. 온 사랑을 받아 보지 못한 내가 슬프고, 아직도 원하고 있는 내가 가엽다.

그런데, 우리 엄마는 없네... 하며 보다가 예상치 못한 순간 알 것 같은 사람이 딱 등장했다. 강명주 배우가 열연해 주신 이 엄마가 우리 엄마. 외모도 비슷하다. 우리 엄마코가 만만치 않다. 인상도 젊은 적엔 날카로웠다. 물론 배우님은 매우 아름다우시다. 실제 성격도 그러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연기를 너무 잘해주셔서 앞으로가 기대된다 싶었는데, 안타까운 결말을 들었다. 작품이 끝나고 오래지 않아 암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놀라지 않았다. 고인이 되신 그분에게는 너무나 죄송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분이 맡으신 역할이, 내가 아는 한 사람과 너무 비슷해서 나가 아는 현실과 자연스레 이어졌다.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지만, 배우님은 이 연기를 하며 심적으로 큰 고통받지 않았을까 싶다. 욕심과 불만과 분노를 갈아대는 대사 하나하나가 힘들었을 것 같다. 현실의 걸말을 알아서 인지, 작가님이 너무했다 싶을 만큼 단 하나의 대사도 편치 않고 이 바짝 올라있다. 특히 캐릭터의 마지막 장면... 기대했던 행복은 없고 어둡고 쓸쓸하게 늙어버린 장면을 연기하면서 얼마나 괴로운 마음이 들었을지 감히 짐작해 본다. 너무나 처참했다. 더구나 건강이 좋지 못했다면, 더구나 실제로는 그런 분이 전혀 아니셨다면, 온 마음으로 연기를 하다 진짜로 마음의 병이 오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이런 추측을 감히 하는 건.. 나를 낳은 그분도 지금 많이 아프시기 때문이다. 작품 속 엄마는 아들에게 니 인생의 8할은 내 몫이라며 마음에 들지 않는 결혼을 열렬히 반대하고 분노했다. 자식의 인생을 자기 것으로 여기고, 자식을 트로피처럼 세우려 하는 그분이 딱 우리 엄마다. 지금 현재 많이 아프시고 많이 외로우시다. 작품 속에는 아들만 있지만 현실의 우리 엄마는 딸도 있다. 만약 작품 속에 딸등장했다면 그게 나였을 것 같다. 아들한테 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영향력을 휘두르셨다. 딸이어서 더 가혹했다. 그걸 이제야 깨달은 나는 망가진 삶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이제라도 깨달은 걸 다행으로 여기며, 아픔을 느껴 보았으니 행복도 더 크게 느낄 수 있게 될 것임을 감사하게 여기며 해볼 수 있는 노력은 다 하고 있다. 은 엄마가 되어 내 자식에게는 아픔을 남기지 않는 것이 목표다. 아직은 많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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