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이상한 나라의 아버지

by 연우

『콩쥐팥쥐』, 『흥부와 놀부』, 『신데렐라』, 『백설공주』—어릴 적 엄마가 머리맡에서 자주 읽어주던 동화들입니다. 저는 권선징악의 이야기를 좋아했습니다. 결말에 다다르면 늘 통쾌했거든요. 이미 다 아는 내용임에도 읽을 때마다 좋았습니다. 그래서 엄마에게 몇 번이고 읽어달라고 졸라대기도 했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야기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입니다.


선악이 분명하고 교훈이 뚜렷한 이야기들과 달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어린 시절 저에게 가장 어려운 동화였습니다. 앨리스가 시공간과 규칙이 뒤죽박죽인 세계에서 기묘한 인물들을 만나는 이야기를 읽으면 마치 길을 잃어버린 듯했습니다. 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려 할수록, 더 이해할 수 없는 세계로 빠져드는 기분이었어요. 한 번 덮은 후 다시 읽지 않아, 어른이 된 지금도 앨리스 이야기는 안개처럼 아스라이 남았습니다.


어쩌면 저는 그때부터 이미 예고된 길을 걷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들과는 어딘가 다른, 어딘가 기울어진 세계에서 살아가는 듯한 아빠 때문에요. 아빠는 어려서나 커서나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였습니다. 이해하려고 노력할수록 아빠는 더더욱 저의 세계 바깥으로 미끄러졌어요. 어린 시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을 때마다 느꼈던 막막함이 다시금 밀려왔습니다.


어쩌면 토끼 굴 너머에서 길을 잃고 방황했던 앨리스처럼, 아버지도 스스로조차 이해할 수 없는 세상 속에서 헤매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저는 아빠의 세계에서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다투고, 상처받고, 미워하고, 이해조차 포기하고 싶을 때도, 그 모든 순간을 지나며 『이상한 나라의 아버지』라는 이야기를 끝까지 읽으려 노력했습니다.


이것은 이상한 나라를 지나온 한 아버지—기이하고 난해하며 동시에 사랑스러웠던—의 이야기이자, 그 아버지를 바라본 한 아이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제 페이지를 넘겨볼까요? 『이상한 나라의 아버지』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