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출근 복장은 사각팬티

PART Ⅰ. 존재의 퍼즐: 아빠라는 사람

by 연우

여섯 살 때 집 근처에 있는 성심 미술학원에 다녔다. 그곳은 미술을 가르치는 일종의 보육 시설이었다. 어느 날은 선생님이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보세요”라고 과제를 내주셨다. 나는 아빠의 모습을 떠올리며 있는 그대로 그려나갔다. 윤곽선을 그리고 정성스레 색칠하고…… 도화지 속의 아빠는 평소 내 눈에 비친 모습 그대로였다. 나는 뿌듯한 마음으로 그림을 제출했다.


다음 날, 아이들이 그린 아버지 초상화들이 교실 복도 게시판에 나란히 전시됐다. 나는 복도로 달려 나가 전시된 그림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검은 정장을 입고 서류 가방을 든 아빠, 안전모를 쓰고 소방차 옆에 선 아빠, 택시 운전대를 잡은 아빠, 청진기로 환자를 진찰하는 아빠 그리고… 내 그림 앞에 멈춰 섰을 때, 나는 이상함을 감지했다. 오직 내 그림 속의 아빠만이 속옷 차림으로 이불 위에 엎드려 있었다. 뿐만 아니었다. 다른 아빠들과 달리 우리 아빠만 수염과 머리카락이 덥수룩했다. 그때였다.


“어? 이 아저씨 옷 안 입었네!”


그 외침에 순간 양 볼이 뜨거워졌다. 갑자기 내가 무언가 잘못한 것만 같았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면, 아빠가 잘못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날 오후, 나를 데리러 온 엄마는 내 그림 앞에서 조각상처럼 굳어버렸다. 입이 살짝 벌어지고 눈이 동그래지더니 나처럼 양 볼이 점점 붉어졌다. 내 가슴은 오그라들었다.


엄마와 선생님이 복도 끝에서 이야기하는 동안 엄마는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그 웃음은 평소와 달리 억지스럽고 어색해 보였다. 나는 가방을 메고 복도를 서성거렸다. 그 시간은 끝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얀 민소매 내의를 입고 이불 위에 엎드려 있는 아빠. 세상의 시선으로는 부끄럽게만 보일 그 모습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던 아름다운 창작의 순간이었다. 만약 지금의 내가 아빠를 그려야 한다면 어떨까? 아마도 ‘작가’라는 이미지에 걸맞은 모습으로 그려내지 않을까? 책상에 앉아 펜을 쥐고, 골몰하는 표정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그날 여섯 살의 나는 아빠를, 아빠의 창작 순간을 어떤 가감도 없이 순수하고 투명하게 그려낸 셈이다.


지금까지도 엄마는 그날의 일을 웃으며 말한다.


“그때 네 그림 보고 얼마나 당황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려.”


하지만 나는 그날을 회상하면 창피함보다는 그림 속 아빠의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 아빠는 동그랗게 웃고 있었다. 눈도, 입도.


아빠는 엎드려 글을 쓰면서 참 행복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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