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식탁에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소파에서 읽으면 목이 아팠고 침대에서 읽으면 허리가 아팠다. 책상에서 읽으면 공부의 연장선처럼 느껴졌다.
여느 때처럼 식탁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서재에서 나온 아빠가 부엌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곁눈질로 아빠를 한 번 보고 다시 책에 집중했다. 내 옆까지 다가온 아빠가 말했다.
“젤리 좀 먹지 그러냐.”
“무슨 젤리.”
“호박 젤리.”
아빠는 식탁 위 나무 바구니를 가리켰다. 한 움큼의 호박 젤리가 바구니 안에 담겨 있었다.
“싫어. 저거 진짜 맛없어.”
나는 듣는 둥 마는 둥 대답했다.
“맛없으니까 빨리 먹으라는 거지. 맛있으면 내가 너한테 먹으라 하겠냐.”
나는 책을 덮고 아빠를 올려다보았다. 아빠는 서재로 유유히 되돌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