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로 가는 길: 에필로그

by 꿈꾸는 미래

D+26 | 20대의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 복도에서 마주친 한 교수님은 무심한 듯 나를 부르셨다. 수업 시간마다 늘 앞자리에 앉아 있던 나를 기특하게 보셨던 모양이다.


“자네, 스웨덴에 한번 다녀오지 않겠나?”


교수님은 자신이 기획한 프로그램을 소개하시며 지원해 보라고 하셨다. 나는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도 모른 채 곧바로 “네”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사실 그 뒤로도 별다른 안내나 일정 공지는 없었다. 그저 스웨덴에 가서 현지 박사님 한분을 만나고 오는 것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설레이고 기뻤는지 모른다. 내 생애 첫 해외여행이었다!


그러나 집에서는 그리 반기지 않으셨다. 멀고 낯선 나라로 혼자 떠난다는 것이 부모님께는 걱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반드시 가겠다는 확신이 있었고, 결국 평생 잊지 못할 여정을 다녀왔다.


스웨덴 왕립공과대학의 캠퍼스를 거닐고, 상쾌한 스톡홀름의 공기를 마시며, 작은 상점과 공원을 지나, 짙푸른 발트해를 건너는 대형 크루즈 실리야 라인 위에서 밤을 지새웠다. 그때 나는 세상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지를 처음으로 알았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나도 이렇게 멋지게 살고 싶어.'


실리콘 밸리 여행에 대하여, 이번에도, 집에서는 반기지 않았다. 한국의 긴 10월 연휴 동안 가장으로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미안함이 내내 마음 한편에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떠나야 했다. 20대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20대의 우리 학생들도 실리콘 밸리에서 희망과 긍정의 씨앗을 마음에 심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 나의 자녀도, 한 교사를 만나고 이와 같은 여정을 경험하기를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수십 년 전 그날처럼, 이 아침 나는 열린 문 밖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다. 멋진 세상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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