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8. 그리운 얼굴들

모라티노스 - 베르시아노스 델 레알 까미노

by 정한결

원래 이른 아침에 길을 떠나는 이유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였지만, 중반 이후 까미노에서 보는 일출의 매력을 알아버렸다.

이 날의 목적지는 Bercianos del Real Camino(베르시아노스 델 레알 까미노).

20km 밖에 안 되는 짧은 거리였지만 전날 뜨거운 태양에 호되게 당했던 터라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


길을 나서자마자 빼꼼 고개를 든 태양도 보고, 반대편의 핑크빛 하늘도 보았다.

매일 아침 이런 자연의 그라데이션을 누릴 수 있다니 순례자의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이 날 여정의 중간엔 Sahagún(사아군)이 있었다.

사아군은 산티아고 순례길 전체의 딱 중간 지점이 있고, 원한다면 인증서를 받을 수도 있다.

이 문이 중간지점을 뜻한다.

우리는 어차피 완주가 목표였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인증서는 쿨하게 패스했다. (사실 몰랐다.)


사아군엔 Dia(디아)가 있었다.

며칠 동안 디아 빵에 목말라 있던 터였다.

빵 세 개를 사서 슈퍼 앞 길바닥에 앉아 급하게 먹었다.

생채소가 너무 먹고 싶어서 통 양상추도 샀다.

가방에 짐을 하나 추가한 채 다시 순례길에 올랐다.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목적지인 베르시아노스 델 레알 까미노에 도착했다.

전날 너무 고생을 했기에 이 날은 쉬운 길이 필요했다.


씻고 나오자마자 디아에서 사 온 양상추를 먹었다.

오랜만에 신선한 채소를 먹으니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함께 길을 걸은 JH & SY는 고민 끝에 재료를 더 많이 사서 아예 햄버거를 해 먹었다.

역시나 순례자들도 걸으며 더 성장한다.


하루 종일 좋은 날씨 아래서 쉬고 일기를 쓰다가 예쁜 노을까지 봤다.


아일랜드 워홀을 마치고 바로 까미노로 넘어온 나는 걷는 내내 그곳에 있는 친구들이 그리웠다.

넷이 매일 보다시피 하며 매일 함께 다녔는데, 그중 나이가 가장 어려서 내가 아끼던 DH의 생일 기념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함께 오래 영상통화를 하다가 잠들었다.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고 있지만, 그래도 원래의 소중한 사람들이 뼈저리게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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