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니까 참았고, 의사니까 괜찮은 척했죠."
나는 내과의사고, 세 아이의 엄마다. 아이들 생일도, 학교 행사도, 감기약 챙겨주는 것도 다 외우고 있으면서 정작 내 건강은 자꾸 뒷전이 된다.
"엄마는 괜찮아."
"이건 그냥 피곤해서 그래."
"병원 한가해지면 검사 받아야지."
그런 말들을 입버릇처럼 하다가,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정말 괜찮지 않다는 걸.
어릴 때부터 나는 살이 좀 ‘복스럽게’ 붙는 체질이었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도 항상 ‘큰 애들 팀’에 배정됐고, 어른들이 “건강하니 보기 좋다~” 할 때마다 나는 속으로 울고 있었다. 어른들이 보기에만 좋았지, 나는 안 좋았거든.
대학생 때 아주 잠깐, 드디어 ‘날씬하다’는 말을 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대가도 있었다. 과한 절식, 하루 세 번 체중계 오르기, 밤마다 배고파서 이불 뒤척이기. 이게 과연 건강한 다이어트였을까? 지금 생각하면 “참 열심히 망가졌구나.” 싶다.
전공의 2년 차,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체중은 거의 80kg까지 불었고, 임신성 당뇨 진단을 받았다. 나는 환자에게는 "가공식품 줄이셔 야죠.", "식사 시간 규칙적으로 하셔 야죠." 말하면서 정작 나 자신은 과자, 컵라면, 탄산음료, 밤샘 진료를 달고 살았다. 병원에서 환자에게 건강을 전하는 의사지만 사실 나는 건강하지 않았다.
아이 셋을 키우며 365일 병원을 운영하다 보니 "내 몸 돌보기"는 늘 제일 마지막이었다. 내 몸이 망가지는 걸 알면서도, 그냥 참고 또 참았다. 엄마니까, 의사니까, 그게 당연한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몸은… 참다가 터져요. 몸이 힘드니까, 마음도 지치고 자꾸 화가 나고, 자신감도 떨어지고, 거울도 피하게 되고. 그래서 이제는 ‘나’를 돌보기로 했어요. 더 늦기 전에, 엄마인 나도, 의사인 나도 다시 챙기기로요. 몸무게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에너지, 활력, 그리고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힘. 그게 진짜 건강이라는 걸… 수십 명의 환자들을 보면서, 결국 내 몸이 알려주더라고요.
이 책은 내과의사로서가 아니라 세 아이의 엄마, 아내, 여자로서 살아온 내 몸의 기록이에요.
아프고, 요요 오고, 실패하고, 다시 해보고, 또 미끄러지다가... 조금씩 괜찮아지는 중인, 내 몸 이야기죠.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괜찮은 척’하느라 지쳐 있다면 우리 같이 조금씩 내려놓고 다시 건강해져 봐요.
엄마의 몸도, 의사의 몸도 지켜야 하니까요. 그리고, 그 누구보다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