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마주하는 아주아주 사소한 순간_3
나의 아이를 글에 담으며
문득 나의 엄마가 떠올랐다.
그리고 아주아주 사소한 순간들 속에서,
내가 엄마를 이해하는 기억들이
하나둘 마음속에 떠올라서 쓰는
작은 글.
어린 시절,
엄마가 된장찌개를 끓이는 날이면
집에 번지는 구수한 향이 참 좋았다.
"냄새 좋다 엄마"
야채는 한구석에 슬쩍 밀어내었지만
따끈한 두부와 국물은
입안 가득차게 넣고
냠냠거렸다.
이따금 입속에 들어온 야채가
뭉텅, 물컹-거리면
어린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엄만, 야채는 빼고 끓이지 맨날'
ㅡㅡㅡㅡ
어느 날부터일까
30대로 접어든 나는
육수를 낸 냄비에, 된장을 풀고
야채들을 썰어 넣고 찌개를 끓였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냄비를 바라볼 때면,
그 시절 엄마 뒷모습이 떠올랐다.
그대로 내가 하고 있는 듯해서.
자연스레 엄마를 닮아가는 걸까.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계란말이에 넣을 야채를
참 정성스레 다지고 다지고 있는
내 손끝을 바라보며 알았다.
때론
조금 귀찮았을 마음
그 모든 시간이
내 손끝에 쌓이고 쌓여서
그 시절, 요리하는 엄마의 뒷모습 너머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 손끝이
엄마의 손끝에,
그 시간까지 닿을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