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은 안 돼"
"엄마, 난 아빠랑 결혼할 거야."
갑자기 내게 선언하듯 말하는 아이.
나는 장난스레 대답했다.
"엄마랑도 결혼하자!"
그러자 아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진지하게 말했다.
"엄마랑 결혼하면 아기가 안 생겨, 아빠랑 결혼해야 해. 그래도 엄마랑 영원히 같이 살 거야"
이유가 있는 아이 말에 나는 웃으며 답했다.
"그렇구나, 아빠랑은 결혼하고,
엄마랑은 평생 함께 살자"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엄마랑 아빠랑 결혼하겠다고 말하던 아이.
이제는, 엄마와는 아이를 낳을 수 없으니
아빠와 결혼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혼으로 완성된 엄마와 아빠'라는 관계를 구분하고. '결혼을 하면 아이가 생긴다'는 말은 단순한 인과관계지만, 이제 조금 더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사이 아이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있었다.
논리와 상상, 사랑이 뒤섞인 말은
엉뚱하지만 유쾌하고 그 끝엔
다시 뭉클함으로 밀려와
엄마의 마음에 작은 감동을 건넨다.
나는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