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악, 아-악"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온 날
아이에겐 할아버지,
내겐 아빠가 먼저 잠드셨다.
방 안에는 드르렁드르렁,
커다란 코 고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이가 갑자기 속삭였다.
"엄마, 할아버지 코 고는 소리
아—악, 아—악 같아!"
나는 웃음을 참고 있었는데,
잠시 후,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말했다.
" 이번엔 탱크 지나가는 소리 같아!"
"크르르르르, 크르르르르"
또 다른 코 고는 소리에
아이의 손짓과 몸짓은 멈추지 않았다.
"수우우우, 수우우우—
"풍선 바람 빠지는 소리 같아,
할아버지 코고는 소리 재밌다"
아이 덕분에 방 안은
할아버지의 코 고는 소리보다도
더 큰 웃음으로 가득 찼다.
잠든 아빠 곁에서,
세대를 이어 흘러가는
명절의 풍경이 그렇게 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