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탐험하니까 더 재밌어"
밤, 창문 밖으로 비가 내리는데
열이 나는 아이는 잠들지 않고
계속 나가자고 했다.
우산 셋이 나란히 빗속을 걸었다.
파란 우산 아래서 아이의 말이 들렸다.
"엄마 아빠, 내 우산엔 빗방울이 안 붙어"
이렇게 빙글빙글 돌리면
빗방울이 어지러워서 다 도망간다"
아이는 우산을 돌리며 환하게 웃었다.
그래서 우리도 빙글빙글 돌려보았다.
"정말이네, 빗방울들이 멀리 달아나네"
잠시 후 거세진 빗줄기가
우산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소리쳤다.
"엄마, 바지 다 젖었어!"
아이 우산 속 모습을 보고
나는 웃음이 터졌다.
"달아난 빗방울이 다시 놀러 온 거네, 인사해줘"
아이는 우산밖으로 작은 손바닥을 내밀어
빗방울을 맞았다. 차가움 속에서도
금세 즐거워했다.
밤길의 물웅덩이를 밟으며
가로등에 비치는 거미줄 빗방울도 보고
좋아하는 사탕도 하나 샀다.
손에는 아이가 직접 그린 탐험지도가 들려 있었다.
"비 오니까 시원해
밤에 탐험하니까 더 재밌어!"
아이의 마음을 조금 알 것 같았다.
아픈 몸도 잊게 만드는 빗속의 즐거운 순간들,
차가운 공기 덕분에 아이의 이마 열도 조금 가라앉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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