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1월 15일
노지 감귤을 인터넷에서 주문했다.
가격도 저렴하고 처음 시켜보는 거라 맛이 어떨지 몰라,
양은 제일 적은 사이즈로 골랐는데 오늘 배송이 왔다.
상자를 열자 못생겼지만 싱싱한 감귤들이 가득했고,
맛도 기대 이상이었다.
처음 시킨 귤 치고는 꽤 성공적인 선택이었다.
엄마도 나도 은근히 뿌듯해했다.
앞으로는 저녁 먹고 방에 귤 두 개씩 가지고 들어가서,
엄마랑 나란히 앉아 하나씩 까고 반씩 나눠 먹기로 했다.
어느 하나라도 맛이 없으면 반반씩 공평하게 먹고,
맛있으면 또 맛있는 대로 반반씩 공평하게 나누자는 뜻에서.
맛의 경중에 상관없이 언제나 나눠 먹자는,
작지만 따뜻한 약속이었다.
나는 귤껍질을 까기 쉽게 조물조물 문질러서 까는 편인데,
엄마는 그게 싫다고 한다.
엄마는 귤에 붙은 하얀 속껍질들을 하나하나 다 떼어내고 드신다.
보는 사람 입장에선 꽤 번거로워 보이는데,
엄마는 그렇게 먹는 게 좋다고 하신다.
참 까다로운 엄마다.
나는 과일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굳이 찾아서 먹기보단, 있으면 먹는 정도.
그런데 엄마는 제철 과일을 참 좋아하시는 것 같다.
껍질을 벗긴 귤껍질을 나무 그릇 위에 올려두면,
그때마다 새콤한 향이 방 안 가득 은은하게 퍼진다.
그 향이 의외로 참 좋았다.
귤도 맛있었지만, 껍질까지 방향제 역할을 하다니.
정말 훌륭한 과일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빠 생각이 났다.
귤을 먹다 보니 문득, 말이 툭 튀어나왔다.
"아빠 돌아가시기 전에 귤 진짜 많이 드셨는데."
살짝 침울해졌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다.
아마 지난주에 혼자 너무 많이 울어서일지도 모른다.
계속 이렇게 귤을 먹다 보면,
아빠 생각도 언젠가는 슬픔보단 그리움으로 바뀌겠지—
그런 희망을 품으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엄마와 새로 산 청소기 필터와 먼지봉투 얘기를 나눴다.
"오늘 먼지봉투 갈았는데 완전 잘 빨아들이더라. 진작에 할 걸 그랬어.
필터는 어떻게 교체하는지 몰라서 그냥 놔뒀어. 교체하면 좋을 텐데... 엄청 더럽더라.
앞으로는 6개월에 한 번씩은 먼지봉투 꼭 갈아줄라고.
먼지 봉투 꺼내보니까 먼지 뭉치가 안에 들어갈 곳이 없어서 입구까지 나와 있었어."
전에 청소를 하다가 청소기 흡입력이 너무 약해진 것 같고,
먼지봉투가 가득 찼다는 표시도 떠서
마침 세일하길래 먼지 봉투와 필터를 새로 샀다.
먼지 봉투 교체는 처음이라 시간이 좀 걸렸지만,
교체하고 나니 청소기가 정말 빠방 하게 잘 돌아가서
마음까지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엄마와 식사 후에 먹을 귤도 생겼고,
청소기도 새 먼지봉투 덕에 제 역할을 하게 되었으며,
우리 집도 한결 쾌적해졌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모여
가족 모두의 일상이 조금씩 더 좋아지는 느낌이다.
그러면서 문득, 내일은 또 어떤 소소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