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소

2024년 01월 17일

by 로벨리아

오늘은 대청소를 했다.

먼지봉투를 새로 교체한 청소기를 들고 신나는 마음으로 집안 곳곳을 청소했다.


걸레질을 하다 보니, 아빠가 돌아가신 직후 밀대로 바닥을 청소하던 때가 생각났다.

아무도 청소할 사람이 없으니 내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밀대를 들고 부엌부터 거실, 방안까지 바닥에 있던 수많은 머리카락들과 먼지를 훑었다.

분명 밀대로 깨끗하게 청소를 한 것 같은데, 오히려 바닥이 미끄러워져 이상함을 느꼈다.


"엄마, 분명 나 청소했는데 바닥이 왜 이렇게 미끄러울까?"


"부엌부터 했니? 부엌에 떨어져 있던 기름이 청소포에 묻어서 온 바닥에 기름칠이 됐나 본데?"


"아... 아 그런가 보다. 어쩐지 엄청 미끄럽더라. 봐봐 스케이트도 탈 수 있어."


엄마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셨다.

청결에 엄격하신 엄마에게 혼날 줄 알고 긴장했지만, 다행히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다음에 밀대청소 할 때 부엌은 가장 마지막에 해.

아무래도 부엌은 요리하는 곳이라 뭐가 떨어져 있을 수도 있으니까."


"네. 알겠어요."



예전과 달리 지금은 청소 초보 티는 확실히 벗었다.

고수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집안을 제법 깨끗하게 정돈할 줄 아는 내가 되어 있었다.


창틀에 두텁게 쌓여 있던 먼지도 걸레로 구석구석 닦아내고, 창문도 반짝이게 닦았다.


청소를 하다 보니 어느새 아빠 생각이 났다.

예전에는 청소를 하다 보면 눈물이 먼저 쏟아졌는데,

지금은 그 감정의 색이 조금씩 옅어지고 있다.

마치 짙은 보라색 물감에 내가 흘린 눈물이 한 방울씩 스며들어,

서서히 흐릿해져 가는 빛깔처럼 느껴졌다.


여러 번 청소를 하다 보니, 청소를 할 때마다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처음에는 가슴을 짓누르던 감정이었지만, 이제는 제법 부드럽게 스며드는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고 했던가.

시간이,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이 그렇게 기억의 색을 조금씩 바꿔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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