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버라이닝 Jun 28. 2022

에너지 뱀파이어와의 이별

이야기만 해도 기가 다 빨리는 사람이 있다. 좋은 사람인 듯하지만 알고 보면 내 기운을 다 뺏아간다. 그런 사람을 에너지 뱀파이라고 한단다. 그들은 심지어 얼마 남지 않은 나의 긍정 에너지도 닥닥 긁어간다. 


얼마 전 오래 알고 지냈던 사람과 인연을 끊었다. 매사 불평불만에 자신의 불행에 대해 늘 쏟아놓는다. 좋은 아파트에, 자상한 남편과 함께 살지만 늘 누군가와 비교하고 매일 말 끝에는 우울해를 달고 산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 그녀의 아픔을 지켜보고 안아주며 오랜동안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해주는 사이였다. 그런데 이제는 그녀의 우울해라는 말이 안녕처럼 일상어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그녀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버린 나 스스로가 견딜 수 없이 지쳐버렸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좋은 사람 콤플렉스는 오히려 나를 갉아먹는다. 오히려 나를 위해 에너지 뱀파이어와의 거리 두기를 선택했다. 나의 일상을 뒤흔든다면 그 관계는 언제든 다시 무너질 수 있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보다 나 자신을 갉아먹는다면 그 관계는 다시 생각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물론 인간관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 유형이 에너지 뱀파이어다. 말 그대로 내 에너지를 닥닥 긁어간다. 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여긴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피드백한 진심 어린 조언은 말 그대로 흘려듣는다. 아니,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느라 상대방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지 자신의 말에 잘 호응하는지만을 살핀다.  


"만약 내 주변에 에너지 뱀파이어가 있다면?  



신세한탄은 이제 그만  
에너지 뱀파이어는 만나자마자 자신이 얼마나 불행한지에 대해 쏟아낸다. '넌 그래도 ~라도 있잖아. 넌 그래도 ~하잖아.' 오랜 시간 만나 이야기를 해도 남는 게 없다. 이제 한숨소리만 들어도 피곤하다. 그저 한숨 소리만 쏟아낸다. 나는 정작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호응만 해주다 정작 내 안부는 묻지도 않았다. 어쩌면 에너지 뱀파이어는 그저 자신의 푸념을 쏟아낼 상대가 필요했다.

나는 당신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에요 
누구나 사는 게 고달프다. 회사일에, 집안일에, 육아에 몸도 마음도 남아나지 않는다. 온갖 힘들고 짜증 나는 일상을 다다다다 쏟아내기만 한다. 나까지 멘털이 너덜너덜 나간다. 그 사람의 목적은 자신의 감정을 버릴 곳이 필요했던 것이다. 내가 거리두기를 하면, 다른 상대를 찾아 또 나설 것이다.  언제나 억울한 일 투성이라 말 하는데 그 억울함보다 먼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챙기는 건 어떨까? 


그래, 나는 비겁하게 에너지 뱀파이어를 물리치지 않고 수신 차단을 해버렸다. 이기적이고, 나쁜 사람이 되었지만 내 일상은 조금이나마 평화로워졌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에너지 뱀파이어에게는 돌직구로 솔직하게 이야기하라고 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거 자체가 피로하다. 

거리두기로 나한테 더 집중하자. 관계를 정리하면 내 인생이 조금은 더 생기를 얻는다. 관계는 쌍방이다. 일방적인 관계는 언제든 무너지게 마련이다. 

회사에서 만약 에너지 뱀파이어를 만난다면? 만약 상사라면? 철저한 거리두기가 핵심이다. 그런데 과연 감당이 가능할까?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건만. 절대. 에너지 뱀파이어는 사절입니다. 생각만 해도 벌써 기빨려. 


 







이전 03화 충분히, 울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