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에서 나온 뒤로 춘자와 영은 말 한마디 없이 공덕역 5번 출구까지 걸었다. 춘가가 막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려는데 영이 붙잡았다.
“한강 구경이라도 하고 가요.”
“됐어.”
그때 택시 한 대가 둘 앞에 섰다. 영이 재빨리 뒷문을 열고 춘자를 뒷좌석에 밀어 넣었다. 택시 안에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영이 차 문을 닫자마자 택시가 튕기듯 출발했다. 그 바람에 춘자와 영의 몸이 뒤로 확 쏠렸다.
깜짝 놀란 영이 한 손으로 엄마의 어깨를 붙잡으며 기사에게 말했다.
“노인네도 있는데 운전 좀 살살하지. 일단 마포대교 좀 건너주세요.”
그사이 공덕오거리를 통과한 택시가 갑자기 급정거했다. 이번에 춘자와 영의 몸은 동시에 앞으로 쏠렸다.
기사가 종이컵에 가래침을 뱉더니 쏘아붙였다.
“내려. 다른 차 타.”
“내리라니, 왜요?”
“마포대교는 맞은편에서 타야지. 이쪽은 명동 방향이잖아. 빨랑 내려!” 기사가 윽박질렀다.
“근데 이 양반이 아까부터 말이 짧네? 여기 노인네도 있는데?”
영도 지지 않고 소리 질렀다.
기사가 고개를 홱 돌려 영을 쏘아보았다. 부리부리한 남자의 눈매에 영은 움찔하며 차 문을 열었다.
“웃기는 아저씨네. 엄마, 내려.”
차에서 내린 모녀는 납덩이 같은 발을 가까스로 움직였다. 그런데 어느새 따라 내린 남자가 둘의 앞을 막아섰다.
“차비는 내고 가야지!”
“내리라며, 무슨 차비를 내라는 거야?”
“이거 도둑년이네. 경찰 부를까? 미친년아, 콩밥 먹고 싶냐?”
“불러라. 누가 미친놈이고 누가 미친년인지 따져보자.”
“이걸, 확!”
남자가 황소 두꺼비 같은 손을 하늘로 쳐들었다.
영이 두 팔로 머리를 감쌌다. 거북이처럼 둥글게 말린 그녀의 목과 등.
남자가 짓궂게 웃으며 손을 내리더니, 카아아악 퉤! 우렁차게 긁어모은 가래를 영의 빨간 구두에 탁 뱉었다.
“재수 없으라니까 별 화냥년을 다 보네!” 외치고 껄껄 웃는 것이었다.
그때였다. 한쪽에 주저앉았던 춘자가 쏜살같이 달려와 남자의 등허리에 올라탔다. 두 다리로 남자의 허리를 감싸고는 꼭 말아쥔 주먹으로 그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악! 썅!”
남자가 몸을 이리저리 꼬았다. 그 바람에 균형을 잃은 춘자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춘자는 곧 발딱 일어났다. 그리곤 남자의 측면으로 달려들어 그의 오른 팔뚝을 꽉 물었다.
남자가 왼 주먹으로 그녀의 가슴팍을 퍽 내리쳤다. 춘자가 다시 길바닥에 나자빠졌다.
이번에도 춘자는 오뚝이처럼 재까닥 일어나서는 바지를 추켜올리고 양팔을 걷어붙였다. 몸을 작게 말아 힘을 한데 집중시키고 남자의 정면으로 와다다다 달려갔다.
마침내 남자의 코앞에선 춘자. 크아아아악 퉤엣! 누런색의 큼지막한 가래가 남자의 얼굴에 탁 붙었다.
남자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가 두 주먹을 허공으로 쳐들어 본격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그때 웬 젊은 여자가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그만 하세요. 다 찍고 있어요. 인터넷에 올릴 거예요!”
여자가 단호하게 말하며 남자를 쏘아보았다.
남자는 온갖 쌍욕을 하면서 자리를 떴다.